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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해체' 위기 넘고 '피 안 섞인 가족' 되기까지

김현식 기자I 2023.07.11 13:31:12

방탄소년단 10주년 기념 도서 '비욘드 더 스토리'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피 안 섞인 가족이죠’.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더라고요. 그 친구들이 힘들면 곁에 있어 주고 싶고, 기쁠 때 같이 웃어 주고 싶고, 뭔가 고민이 있을 때는 들어주고 싶고…서로에게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10주년 기념 도서 ‘비욘드 더 스토리 :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BEYOND THE STORY : 10-YEAR RECORD OF BTS, 이하 ‘비욘드 더 스토리’)에 실린 제이홉의 인터뷰 발언 내용이다. 제이홉은 ‘방탄소년단의 의미’를 묻자 ‘피 안 섞인 가족’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멤버들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멤버들과 찍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표지 포스터는 액자에 넣어 집 거실에 걸어두었단다. 마치 가족사진처럼 말이다.

(사진=타임)
‘비욘드 더 스토리’는 서로 전혀 알지 못했던 일곱 청년이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으로 뭉쳐 ‘피 안 섞인 가족’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끈끈한 사이로 거듭난 10년여의 시간을 되짚는다. △서울(SEOUL) △존재의 이유(WHY WE EXIST) △사랑, 증오, 아미(LOVE, HATE, ARMY)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착륙 없는 비행(A FLIGHT THAT NEVER LANDS) △방탄소년단의 세계(THE WORLD OF BTS) △우리(WE ARE) 등 총 7개의 챕터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펼쳐진다. 위버스매거진 편집장 강명석이 인터뷰어로 나서 방탄소년단 멤버들과 추억 여행을 함께했다.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불리는 팀으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의 성공 신화를 다룬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출발 지점은 2010년의 청구빌딩. 하이브의 모태가 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있던 곳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어느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길의 끝쯤에 있었다는 그곳에 각기 다른 지역에서 성장한 소년들이 하나 둘 모여 합을 이뤄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일곱 멤버가 서로의 재능을 나누며 힙합 음악과 ‘칼군무’ 퍼포먼스를 연마한 끝 비로소 2013년 6월 12일 데뷔의 꿈을 이룬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사진=이데일리DB)
데뷔 이후의 이야기는 그간 발매한 앨범의 작업기와 활동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실패하는 것이 마땅한 팀으로 보였던 중소기획사 소속 그룹이 이른바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나날을 보내면서 편견을 깨부수고 한계를 극복하며 놀라운 인기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눈에 띄는 대목은 멤버들이 매순간마다 당시의 고민과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이 시대 청춘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진솔하고 공감력 높은 방탄소년단의 곡들과 ‘청춘’, ‘화양연화’,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같은 키워드의 탄생 비화를 책을 통해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팀 해체를 고민했던 2018년에 벌어진 이야기도 자세히 접할 수 있다. 슈가는 “‘그만 두자’는 말을 다들 하고 싶은데 꺼내질 못 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현실이 꿈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 찾아온 고민도 컸단다. 전 세계가 방탄소년단을 주목하며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했을 터. 진은 “쉬는 날이 정말로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사람이 너무 지치면서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회사의 재계약 제안이 멤버들을 더욱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했다는 이야기도 책에 담겼다. 지민은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다들 엄청나게 지쳐 있던 상태에서 재계약 얘기가 나오니 부정적 감정에 빠졌던 것”이라고 그 무렵의 팀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새 앨범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도 했다. 아울러 뷔는 “‘러브 유어셀프’로 활동하는데 우린 ‘러브 유어셀프’하지 못했고 서로 너무 예민했다”고, 제이홉은 “지옥 같았다. 처음으로 우리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각한 분위기였다”고 회고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다들 힘들어 하는데 또 프로 정신은 있었어요. 그게 정말 웃겨요. 힘들어서 ‘아이씨…!’ 이러면서도 ‘아, 그래도 뭐, 할 건 해야지 하는.”(제이홉). 방탄소년단은 팀이 내부적으로 흔들리던 상황에서도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고, 계속해서 새 앨범을 작업하며 음악적 성장을 이뤄냈다. 그 과정에서 음악에 대한 애정이 점차 커졌고 자연히 팬들에게, 또 서로에게 위로받으며 한층 더 단단해졌다. 그리고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들은 해체를 고민했던 그해 소속사와 7년 재계약을 맺었다.

책 말미에는 위기의 시기를 극복하고 ‘어나더 레벨’이 된 방탄소년단이 코로나19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활동 계획을 전면 수정하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규모 투어 일정을 취소하는 등 계획은 틀어졌으나 방탄소년단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이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빌보드 핫100 1위, 아메리칸 뮤직어워즈 올해의 아티스트상 수상, 그래미어워즈 후보 지명 등 굵직한 이력을 추가하는 영광의 순간들을 맞이한 이야기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사진=빅히트뮤직)
어느덧 데뷔 10주년. 방탄소년단은 ‘군백기’를 보내느라 솔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책에는 이들이 언제쯤 다시 ‘완전체’ 활동을 재개할지, ‘군백기’ 이후 활동 계획과 방향성은 어떻게 잡고 있는지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다만, 인터뷰 답변을 통해 멤버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방탄소년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지 정도는 짐작해 볼 수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즘은 상에 의미 부여를 크게 안 하는 것 같아요.”(지민). “상을 받거나 하는 것보다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무대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게 돼요.”(슈가)

“‘저희는 ‘아미’(ARMY, 팬덤명)가 웃고 기뻐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우리 행복이다’ 생각하면서 계속 달려나가고 있어요.”(제이홉)

‘비욘드 더 스토리’는 한국어를 포함해 영어, 일본어 등 총 23개 언어로 지난 9일 발간했다. ‘아미’ 탄생일에 맞춰 발간한 책이라 팬들에게 의미가 더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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