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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근거 없거나 부당한 서약서 제출 강요는 교직원 인권침해"

정두리 기자I 2021.09.28 12:00:00

인권위, ‘양심의 자유’ 침해 판단…제도 개선 권고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교직원에게 법적근거가 없거나 부당한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인권위)
인권위는 법적근거 없이 수능감독관이나 교직원에게 서약서를 징구(徵求·내놓으라고 요구함)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교육부 장관에게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 각 시·도 교육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수능감독관들에게 ‘임무에 충실함은 물론 시행과정상 지켜야 할 모든 사항을 엄수하며, 만일 그러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았다. 교육부는 “서약서 작성은 성실히 감독 업무를 수행할 것을 감독관에게 요구하고 감독관은 이에 동의하는 일종의 ‘주의 환기 절차’로 행정절차에 불과해 위법·부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지침에서 서약서 제출을 ‘징구’라고 기재하고 있는 점, ○○시와 △△도 관할 2021학년도 수능감독관 전원이 서약서를 제출했다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임의제출 요구 이상의 강요라고 봤다. 또한 헌법 제10조 및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 및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사용하는 교직원이 재택근무, 출장 시 최대 6개월마다 준법서약에 준하는 내용의 서약서에 동의하도록 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봤다. 교육부는 “NEIS는 학생·교직원의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관리·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매우 높은 보안 수준이 요구되며 ‘교육부 정보보안 기본지침’에 따라 서약서를 징구한 것”이라고 답했다.

인권위는 보안지침에 따라 서약서 제출을 강제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서약서의 내용 중 ‘(보안사항) 위반 시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도 감수한다’는 문구는 경각심을 고취하도록 하는 것을 넘어 그에 관한 진술권, 항변권 등의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과 처벌을 수용할 것을 의미해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부 정보보안 기본지침’ 제57조(원격근무 보안) 별지 서식 보안서약서의 서약 내용이 원격근무자들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 및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도록 개정하고, 그 내용을 전국 교육청에 전파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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