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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농산물' 안전 사각지대..대책은 없나

장영은 기자I 2014.10.24 14:11:07

첫 수입에만 정밀검사..이후에 육안 검사 후 '패스'
"샘플링 검사의 한계" 지적..농약 검출 기준 강화키로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시행 필요" 목소리
농약 바나나 판매한 이마트, 보상 등 사후대책 발표

[이데일리 장영은 천승현 기자] 기준치의 89배의 농약이 묻어 있는 바나나가 버젓이 이마트에서 판매되자 당국의 안전관리 강화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유해 농산물 제품의 유통을 모두 걸러낼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물론 농산물의 경우 모든 제품에 균일하게 농약이 묻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식약처와 수입업체의 검사만으로 유해 제품을 100% 차단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검사 체계는 곳곳이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서울시 중구측이 이마트 여주물류센터에서 강제 회수조치한 필리핀산 바나나(사진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국내에 처음 국내에 들여오는 농산물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제품의 샘플을 갈아서 검사하기 때문에 상당히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같은 회사가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일부 서류와 육안검사를 진행하고 정밀검사를 생략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에 농약이 초과검출된 바나나는 신세계푸드가 수입한 제품 역시 눈으로 보고 적합 판정을 내렸다. 같은 수입업체의 제품이라도 농장이 다르면 농장별로 정밀검사를 실시하지만, 이전에도 같은 제품이 들어왔던 적이 있었다는 점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된 검사 없이 무사 통과됐다.

판매업체도 시중에 유통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토록 되어 있지만,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다. 식약처에서 합격 판정을 내린 제품을 판매회사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식약처 관계자는 “모든 수입 제품을 일일이 전수 검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식품의 정밀검사 비율은 28%로 미국(2.5%), 일본(10%)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수입 농산물에 대한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마트 측도 “물류센터에서 실시하는 자체 잔류 농약 검사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입식품 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되면 수입식품의 안전관리가 지금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모든 해외 제조 업체는 원칙적으로 식약처에 사전 등록토록 하는 ‘해외 제조업체 사전등록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농약 바나나를 수입한 신세계푸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잔류 농약이 기준치를 넘은 바나나는 같은 날 입고된 물량 중에서도 특정 농장 제품”이라며 “필리핀 현지와 농약 기준에 대한 대화가 잘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월부터 식약처는 이프로디온 잔류 허용치를 기존 5ppm에서 0.02ppm으로 200분의 1수준으로 대폭 강화했다. 필리핀 현지에서 이런 제도 변경을 충분히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식약처는 수입식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바나나, 커피 등 다빈도 농산물의 잔류농약 기준을 더 낮추기로 했다. 일본의 이프로디온 기준치는 10ppm이고, 중국은 기준치가 없다.

한편 기준치를 넘은 농약 바나나를 판매한 이마트 경기지역 점포들은 지난 17일부터 ‘품질불량으로 바나나를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지를 내걸었다. 이마트는 오늘(23일) 중 환불 등 소비자 보상을 포함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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