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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대의 컬처키워드]그룹 니쥬, J팝 아닌 K팝 같은...진정한 K팝 아니다

고규대 기자I 2020.08.10 10:49:16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산업전문기자] JYP의 새로운 걸그룹 니쥬(NiziU)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니쥬가 K팝이냐, J팝이냐다.

걸그룹 니쥬(사진=JYP엔터테인먼트)
니쥬는 국내 K팝 제작사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와 일본 소니뮤직이 합작해 만든 그룹이다. 9명의 멤버는 모두 일본인이다. Nizi(니지·무지개)와 멤버, 팬들을 뜻하는 U가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아 니쥬라는 그룹명이 만들어졌다.

논쟁은 K팝의 정의부터 시작해야 마땅하다. K팝은 한국을 뜻하는 ‘Korean’의 ‘K’에 대중음악을 뜻하는 ‘POP(popular song)’이 접목한 단어로 한국 대중음악을 뜻한다. 일본의 대중음악이라는 의미로 J팝, 중국의 대중음악이라는 뜻으로 C팝이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한다.

니쥬는 박진영이 작사 작곡한 노래로 데뷔했다. 뮤직비디오 역시 한국의 한강 일대와 홍익대 부근에서 촬영했다. 일각에서는 노래 등 형식이 K팝이기 때문에 K팝으로 분류하는 게 맞다고 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K팝 특유의 색채를 흉내 낸 J팝, 또 다른 형태의 K팝 아류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니쥬는 K팝일까, J팝일까?

K팝, J팝…탄생부터 다르다

K팝과 J팝은 론칭 과정부터 결을 달리한다. 먼저 J팝을 대표하는 일본 아이돌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일본 아이돌은 1985년 등장한 오냥코클럽으로 변화를 맞는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여대생’이라는 전략으로 기획돼 ‘친근한 아이돌’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 이후 1997년 등장한 모닝구무스메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5인조 걸그룹이었지만 팬들의 응원으로 ‘육성하는 아이돌’의 이미지로 탄생했다. J팝 아이돌은 2005년 오타쿠 문화의 중심지인 아키하바라에 전용극장을 만들고 아이돌을 꿈꾸는 소녀들을 전면에 내세운 AKB48로 인해 또 한 번 전환점을 마련했다. AKB48 이후 ‘총선거’ ‘악수회’ 등 이벤트로 ‘만나러 가는 아이돌’이 일본 J팝 아이돌 시장을 점령한다.(조은하, “한·일 아이돌 시스템 비교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Vol. 19 No. 9)

K팝은 특히 해외에서 아이돌 음악에 국한돼 아이돌 음악으로 인식된다. 스타의 자질이 보이는 예비 스타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소개하는 이른바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특징이다. 이들 K팝 공연 예술은 각 멤버마다 나름의 특징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마치 칼로 자른 듯하다는 의미의 ‘칼군무’, 반복적인 멜로디 혹은 가사로 귀에 익숙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후크송’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K팝 그룹은 저마다 자질이 뛰어남에도 하나의 상품으로만 폄훼되기도 한다.(고규대, “K-POP 공연 예술의 합작 투자에 의한 해외 진출 사례 분석 및 전망”, Journal of the Korea Entertainment Industry Association(JKEIA), Vol. 14, No. 3)

최근 들어 디지털 환경에 대한 접근은 한일 아이돌, 다시 말해 K팝과 J팝의 형식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K팝은 신곡의 뮤직비디오를 유튜브나 SNS 등으로 실시간 공개한다. 반면 J팝은 활동 기간에는 일본 기획사의 방침에 따라 메인타이틀 이외의 뮤직비디오를 TV나 SNS 등에 일반 공개하지 않는다. K팝은 후크송 등 특징을 가진 음원, 음원을 총체적 퍼포먼스로 만든 뮤직비디오, 이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앨범 판매 등 다양한 플랫폼 공략으로 승부한다. 반면 일본은 디지털 환경보다 DVD 등의 형태로만 접근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팝의 글로벌 성공 요인

K팝은 이미 글로벌화됐다. 미국 빌보드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K팝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었을 정도다. 그렇다면 K팝의 글로벌 성공 요인을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K팝의 형식, 내용, 플랫폼 등 음악적 특징에서 그 요인을 찾는다. △다양한 장르의 결합, △후크송, △빈번한 영어가사의 사용, △킬링파트 제작, △댄스에 최적화된 비트, △세련된 사운드, △최신 글로벌 트렌드의 반영, △명확한 콘셉트, △건전하고 참신한 주제 등 주요 특징을 K팝의 성공 요인으로 분석한 전문가도 있다.(이승연, 장민호, “K-pop 음악의 글로벌 성공 요인 분석, Journal of the Korea Entertainment Industry Association”, Vol. 13, No. 4)

1억명이 넘는 자국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시장에 집중한 J팝과 달리 K팝은 내수의 규모가 작다보니 매출 증대를 위해서는 해외시장 공략이 필수였고 이를 위해 현지화, 글로벌 트렌드 파악 및 접목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한 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환경적 요인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해외 진출에 관한 연구’ 논문을 펴낸 조춘호 춘엔터테인먼트 대표는 “K팝 탄생의 핵심 역량은 각 기획사의 A&R팀에 있다”면서 “A&R은 아티스트 앤 레퍼토리(Artist& Repertoire)의 약자로 회사 내에서 사람(아티스트)과 음악(레퍼토리)을 뽑아 관리하는 팀으로 K팝 그룹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만드는 힘이다”고 평했다. 기획,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 등 시스템에 따라 론칭하는 게 K팝 그룹의 특징이라는 의미다.

니쥬, 겉은 K팝, 속은 J팝

니쥬의 경우 프로듀싱, 마케팅 등에서 K팝의 시스템을 이식한 경우다. 합작기획 등으로 상품화되면서 작곡작사 등 프로듀싱, 디지털 환경에 접근한 마케팅 방식 등 K팝 시스템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의미다. JYP 제작 시스템을 거쳐 탄생했지만 모든 멤버가 일본인으로 구성된 팀이고 이들의 주 활동 무대 역시 일본인 만큼 사실상 온전한 K팝의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중국에서 론칭한 그룹 보이스토리가 K팝 시스템을 이식한 C팝으로 분류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니쥬는 K팝으로 포장된 J팝 그룹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이 프로듀싱을 했고, 작사·작곡을 맡았고, 한국에서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고 K팝으로 분류될 수 없다. 다만, 일본인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룹이어서 K팝의 특징을 가진 실제 K팝 스타에 대한 일본 대중의 접근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조춘호 대표는 “문화 산업 자체가 불확실성이 강한 사업이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에 있어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감성의 공유를 통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며 활동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게 K팝의 미래 발전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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