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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文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애당초 불가능했다?

김관용 기자I 2020.08.25 11:01:30

'시기' 아닌 '조건' 충족되면 전작권 전환키로
상황 변화 영향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성 내재
文정부, 시기 특정치 않고 '조속한 전환'만 강조
朴정부와 계획 달라졌는데 검증·평가는 그대로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후반기 연합지휘소연습’(CCPT)이 지난 18일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초 한미 양국은 이번 훈련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의 한국군으로의 전환을 위한 검증 평가도 실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미 증원병력의 국내 입국이 어렵고 대규모 인원들이 동시에 훈련 할 상황도 아니어서 이를 취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전작권 임기 내 전환’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들이 나옵니다. 한·미는 지난 해 한국군의 연합군 지휘능력을 평가하는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시작으로 올해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내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마친 뒤 전작권 전환을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2단계 검증(FOC)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내년에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지난 해 12월 17일 합참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9-2차 전작권 전환 추진평가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주요지휘관들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시점 아닌 조건 충족돼야 전환 ‘불완전 구조’

그러나 사실 이같은 검증을 통과 하더라도 전작권이 실제 전환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미 간 합의한 전작권 전환 계획은 ‘조건’이 갖춰지면 이행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IOC·FOC·FMC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사령관이 지휘하는 미래 연합사령부의 운용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입니다.

한·미간에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은 △한국군이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동맹의 대응 능력을 구비하는 것입니다. 또 △안정적인 한반도 및 지역안보 환경이 관리되는 것도 전환 조건 중 하나입니다. 이들 조건과 관련한 세부과제 달성 수준을 한·미가 공동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비로소 전작권 전환이 실현 됩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조건에 대한 평가가 상이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전작권 전환 시기는 그만큼 늦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입니다. 개념적 차원의 이들 조건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시점을 특정 짓지 않은 현 상황에서의 전작권 전환 합의는 사실 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전작권 임기 내 전환’이라는 국정목표를 발표했다가 ‘조속한 전환’으로 수정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방한 당시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文, ‘임기 내 전환’ → ‘조속한 전환’ 수정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은 1950년 7월 14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북한 적대행위가 지속되는 한’이라는 조건을 달아 지휘권을 이양한 때 부터 시작됩니다. 6.25전쟁 휴전 이후 유엔사는 1960년대 일부 한국군 부대에 대한 작전권을 해제합니다. 1978년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유엔사가 단독으로 행사하던 작전권을 한·미 연합으로 행사하는 체제가 구축됩니다.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은 이후 노무현 정부는 2012년 4월 전작권까지 이양받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따라 이명박 정부 때 2015년 12월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을 이유로 한국의 군사적 능력과 안보 환경을 전환 조건으로 설정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으로 바뀌었습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전작권 전환을 시점 기준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이라는 기존 합의에 ‘조속한 전환’만을 추가했습니다. 코로나19나 한·미 간 이견 등의 변수에 의해 전작권 전환 일정이 불확실해지는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 3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조속한 추진에 합의한다. [사진=연합뉴스]
사령관·부사령관 국적만 달라지는 전작권 전환?

특히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과 유엔사 유지 등에 합의하면서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 연합사령부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의 전작권 전환 정책과는 다른 것입니다. 당시의 전작권 전환 계획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한·미 양국군 모두 자국군에 대해 독립적으로 작전지휘를 하는 구조였습니다. 한반도 방위에 대해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병렬형 체계’ 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 합참의장이 사령관을 겸직하는 미래사령부를 창설하는 것으로 변경됩니다. 한미연합작전을 수행하는 한국군 주도 단일 연합지휘체계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전작권 전환 계획은 현재의 연합사령부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국적만 바꾸는 모양새입니다. 한미연합사의 기본 골격도 유지되기 때문에 참모부 편성에 있어서 핵심인 작전참모부 등은 미측 장성이 담당하고 한측 장성은 차장을 담당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늬만 전작권 전환’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초 전작권 전환의 취지는 한반도 방위에 대한 한국군의 책임과 역할을 높이고, 국군통수권을 온전한 방식으로 행사하는 군사 주권을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해 11월 7일 서울 용산 미군기지 콜리어필드 체육관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령부 창설 41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환 계획 달라졌는데…과제·검증 방식은 그대로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연합사 체제가 유지됨에도,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 합참이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사령부 창설 계획에 따른 전작권 전환 조건과 검증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조건별 요구 과제와 검증 방식이 과도하고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역시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전작권 전환으로 당장 바뀌는 것이 연합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국적 변화뿐이라면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휘능력 평가가 전환 조건의 핵심이 돼야 한다”면서 “탄약 확보나 감시자산 보강 등 한국군 전체의 물리적 능력이 평가 기준이 되는 것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전작권 전환 후에도 연합사 체제에 변함이 없어 한·미 연합 능력이 그대로 일 것인데, 굳이 한국군 능력 보강을 전환의 엄격한 전제조건으로 삼을 필요가 있느냐는 설명이다.

또 “세 단계에 걸쳐 진행하는 IOC·FOC·FMC 검증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연합사를 해체하고 미래사를 창설한다는 개념 하에 그 부대를 검증하기 위해 만든 기준”이라면서 “현재 연합사 체제를 존속시키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됐음에도 검증 방식이 그대로 유지돼 까다로운 검증 기준을 부과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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