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銀 가계대출 금리 5.34%, 10년 4개월래 최고…신용대출 7% 돌파

최정희 기자I 2022.11.29 12:00:00

한은,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발표
가계 신용대출 금리 7% 돌파, 2013년 1월 이후 처음
기업대출 금리 5.27%로 0.61%p 급등, 98년 1월 이후 최대폭 상승
저축성수신금리 4.01%, 2009년 1월 이후 최고
예대금리차 공시·수신금리 인상 자제, 상반된 주문…금리 향방은 은행에 달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5.34%로 10년 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5.27%로 2013년 2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전월비 0.61%포인트 올라 1998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한 만큼 저축성 수신금리가 급등했고 단기자금 시장 불안에 시장금리도 급등하면서 대출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시장금리가 11월에도 상승세를 보여 대출 금리 상승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도 시행되고 있어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줄여 대출금리 상승세를 제어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출처: 한국은행)
◇ 자금 블랙홀 은행에 ‘수신·대출금리’,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더 올라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대출금리는 5.26%로 전월비 0.55%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것을 고려하면 소폭 더 오른 셈이다.

대출금리 상승은 주로 기업대출이 주도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0.61%포인트 오른 5.27%를 기록했다. 2012년 9월(5.30%)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리 상승폭은 1998년 1월(2.46%포인트)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지표금리가 올랐고 은행 대출 수요 확대에 따른 영향이다. 특히 대기업 대출 금리가 0.7%포인트 오른 5.08%를 기록했다. 회사채 시장 악화로 은행 대출로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중소기업 대출도 0.62%포인트 오른 5.49%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5.34%로 전월비 0.19%포인트 상승해 2012년 6월(5.38%) 이후 10년 4개월래 최고치를 보였다. 5% 이상 가계대출 금리 비중이 49.3%로 절반에 가까워 대출 이자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전달 0.39%포인트 급등한 것에 비해선 금리 상승폭이 둔화됐다. 일부 은행에서 가산금리를 인하한데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신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을 늘린 영향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82%로 0.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0.6%포인트나 오른 7.22%를 기록했다. 2013년 1월 이후 첫 7% 돌파이자 2012년 6월(7.89%) 이후 최고치다. 신용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단기물 금리가 크게 오르고 일부 은행에서 고신용 차주에 대한 신용대출을 줄인 영향이다. 10월 안심전환대출 취급으로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이 29%로 작년 3월(29.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 저축성 수신금리도 전월비 0.63%포인트나 급등한 4.01%를 기록했다. 2009년 1월(4.16%) 이후 최고 수준이다. 순수저축성예금과 시장형 금융상품도 각각 0.62%, 0.78% 오른 3.97%, 4.27%를 보였다. 수신금리가 오른 것은 자금 시장 불안에 시장금리가 오른 데다 유동성규제비율을 맞추기 위해 은행권에서 경쟁력으로 특판예금 등을 늘린 결과다. 그 결과 신규 취급액 예대금리차는 1.25%포인트로 전월비 0.08%포인트 감소해 두 달 연속 축소됐다. 잔액 기준은 2.46%로 동일했다.

은행이 예금 등으로 시중 자금을 끌어당기다보니 제2금융권에선 수신 금리를 더 큰 폭으로 높여 예금 유치에 나섰다. 상호저축은행의 1년 짜리 정기예금 금리는 1.45%포인트 오른 5.22%를 기록했다. 역대 두 번째 상승폭이다. 반면 대출금리는 0.27%포인트 오른 11.31%를 기록했다.

시중금리는 오르고 당국에선 ‘수신금리’ 올리지 말라고 하고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유동성 비율 규제를 완화하고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했으나 대출 금리 상승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0%가 예금금리에 의해 좌우되는 코픽스 금리는 10월 3.98%로 0.58%포인트 상승했다. 대출금리의 지표가 되는 91일물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는 11월 들어 28일까지 평균 3.99%를 기록, 10월(3.69%)보다 0.3%포인트 상승했고 은행채 6개월물과 1년물은 각각 4.62%, 5.01%로 전월(4.06%, 4.58%)대비 0.56%포인트, 0.43%포인트 급등했다. 고정금리의 지표가 되는 5년물만 5.08%에서 5.03%로 소폭 하락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마진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를 도입한 상황에서 수신금리 인상 자제 요청이라는 상반된 주문을 한 만큼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려 대출 금리 상승세를 제어할 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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