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뱅크런' 우려에도 韓소매금융 철수 발표 이유는?

이진철 기자I 2021.04.18 18:30:00

①잠재적 인수자 러브콜 몸값 올리기
②철수 명분 내세워 인력 구조조정
③고객혼란 최소화, 당국에 지원 시그널

한국씨티은행
[이데일리 이진철 김유성 기자] 미국 씨티그룹이 지난 15일 실적발표에서 한국내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지난 2004년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공식 출범한지 17년 만에 대출, 예금, 신용카드 등 개인 소비자 대상의 금융사업을 접기로 한 것이다.

씨티그룹이 뱅크런(예금 대량인출) 등 고객들의 동요를 예상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소매금융 철수를 먼저 발표한 것은 한국시티은행의 잠재적 인수자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내부에 만연된 고임금 구조를 바꾸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매각·분리매각·폐지, 철수방식 주목

씨티그룹 본사 차원에서 철수를 발표했지만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철수를 어떻게 할 지 구체적인 방향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거론되는 출구전략은 소매금융 사업 부문을 통째 매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꼽힌다. 통매각이 몸값을 가장 후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일각에선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의 가격을 2조원대 정도로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2014년 일본씨티은행의 개인금융 부문을 매각할 당시 일본 내 9개 은행에 개인금융 분야의 양도를 타진해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이 이를 인수한 사례가 있다.

통매각이 어렵다면 자산관리(WM), 신용카드 등 각 부문을 분리해서 별도로 매각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여·수신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동안 고액자산가 등 WM 분야에 집중해 인수 매력은 크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 방식도 있다. HSBC은행이 지난 2013년 국내에서 개인금융 업무 폐지 절차를 밟은 사례가 있다.



문제는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인수 대상자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수도권 WM 진출을 원하는 지방금융사, 1금융권 진출을 원하는 저축은행 등 2금융사들이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지만 아직은 전면에 나서는 이가 없다. 국내 금융지주사들도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꼽힌다. 그러나 오프라인 점포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38개에 달하는 한국씨티은행의 지점을 떠안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매각 전 구조조정 위한 명분 쌓기?

은행권에서는 한국씨티은행 직원들의 임금 수준이 타 은행보다 높고 노동조합도 비교적 강성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는다. 때문에 이번 소매금융 철수 발표가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매각을 명분으로 고임금 구조에 손을 댈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씨티은행은 2013년 12월말 186개이던 지점 수를 지난해말까지 38개로 줄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 신입공채를 하지 않으면서 임직원 상당수가 고령화됐다”면서 “명예퇴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전신인 한미은행 시절부터 강성으로 분류됐다. 금융권에서는 거의 폐지된 호봉제도 유지하고 있다. 직원 평균 연봉도 1억1200만원으로 타은행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에서는 한국시티은행이 고임금 인력과 조직의 구조조정에 성공한다면 사세확장을 꾀하는 금융사에겐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는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구조조정을 경계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 3500여명 직원 중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이 2500여명(영업점 소속 940명)”이라면서 “소비자금융에 대한 매각 또는 철수로 출구전략이 추진되면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철수방식 ‘안갯속’…직원·고객 불안 지속

씨티그룹이 한국 소매시장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일선 창구에서는 기존 고객들의 예금, 대출 등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예수금 규모는 27조3000억원인데 이중 소매금융이 약 17조원 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씨티은행은 서비스 변동이나 이용자들의 금전적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지점 영업, 콜센터 등을 포함한 대고객 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예정”이라면서 “은행 이용에 불편함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세부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이 어떤 방식으로 소매금융을 철수할 지 먼저 정해져야 금융당국과의 협의절차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큰 그림만 나온 상황이어서 당분간 한국시티은행 직원들과 고객들의 동요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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