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국민銀, 주전산기 교체 속도내나(종합)

박일경 기자I 2017.09.24 18:05:30

국민銀 IBM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교체 유력
대부분의 은행이 유닉스로 기종 전환...3년만에 검토

지난 7월 10일 윤종규(오른쪽)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 은행장은 유영록 김포시 시장과 KB통합주전산센터 건립을 위한 양 기관의 ‘상생 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KB국민은행이 ‘KB사태’ 3년 만에 주전산 기기를 ‘유닉스’ 기종으로 바꾸는 방안에 대해 실무진 차원의 검토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교체작업 착수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결국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의 뜻대로 유닉스 전환이 유력해진 셈이다.

국민은행은 차세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 지난 2014년 유닉스 전환을 추진했으나 이른바 ‘KB사태’로 불린 지주회사와 은행 간 경영진 갈등이 촉발되며 진통 끝에 이사회 결의를 거쳐 기존 ‘IBM 메인프레임’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당시 임 전 회장은 유닉스 교체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은 IBM 메인프레임 유지를 각각 주장했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이후 다음 달 중순경 국민은행은 김포시에 ‘KB통합주전산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오는 2019년 상반기 내 완공을 목표로 하는 김포 통합전산센터에 들어갈 차세대 주전산기기 구축사업에 대한 분석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약 4개월간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의 타당성 분석이 끝나면 내년 초 국민은행 최고경영진에 사업 타당성 분석 결과가 보고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핀테크·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신기술 출현과 비대면 채널의 확대로 은행들은 디지털 혁신에 직면하고 있으며, 금융패러다임의 변동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이런 차세대 시스템 중 일부인 주전산 시스템은 미래 기술의 환경 변화에 대한 유연성과 정보통신(IT) 운영비용 절감 등 효과를 검토해 최상의 플랫폼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7월 IBM 계약만료…통상 사업기간 3년 감안 시 하반기 교체 검토해야

국민은행과 IBM 간의 메인프레임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기간은 오는 2020년 7월까지다. 메인프레임은 대량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컴퓨터를 의미한다. 2015년 7월부터 5년간 메인프레임 이용 금액은 17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주전산 시스템을 바꾸는 데 통상 2년 6개월에서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종 전환 뒤에도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완전 교체까지는 3~4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이 IBM과 2020년 7월까지 계약한 점을 감안할 때 늦어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시스템 개선에 관한 내부 검토가 시작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2019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김포 통합데이터센터 내에 새롭게 구축된 주전산기기가 안정화될 때까지 1년 동안은 신(新)·구(舊) 시스템이 병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2015년 2월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에 착수한지 3년 만에 차세대 주전산 시스템인 ‘위니(WINI)’ 구축을 내년 2월 19일 완료한다. 총 사업기간은 26개월로 그동안 1000여명의 참여인력과 약 3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시스템 분석에 4개월, 설계 5개월, 개발 6개월, 테스트부터 이행에 11개월이 각각 소요됐다. KDB산업은행도 지난 1월 사업자를 선정한 지 29개월 만인 2019년 5월 차세대 뱅킹 시스템을 개통한다. 총 사업 규모는 2100억원이다.

◇IBM 진영 혼자 남은 국민은행…유닉스 갈아타기 ‘유력’

국내 은행들이 연이어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는 가운데,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 IBM의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다. 보통 은행들은 10년 주기로 변모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IT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 및 확장을 수행한다.

현재 시중은행에서는 스마트금융에 최적화한 제2기 주전산 시스템 출범이 한창이다. 지난 2014년 10월 IBK기업은행에 이어 은행권에서 두 번째로 우리은행이 내년 2월까지 시스템 교체를 마무리한다. 기업은행의 포스트(POST) 차세대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우리은행도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바꾼다.

17개 국내 은행의 주전산기 기종은 12개 은행(신한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이 유닉스를 운용하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비롯한 SC제일·한국씨티·제주은행 등 5개 은행은 ‘IBM 메인프레임’을 쓰고 있다. 우리은행이 유닉스로 갈아타고 나면 외국계와 일부 지방은행을 제외하고는 국민은행만 남게 된다.

국민은행은 KB사태의 여파로 인해 주전산기기 교체 및 통합데이터센터 구축 등 추가 IT 투자가 경쟁사보다 많이 뒤쳐진 상태다. 다음 달 김포시에 통합 주전산센터를 착공하는 KB금융은 2019년이나 돼야 통합전산센터를 마련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연말 연초)에는 주전산 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 혹은 ‘유닉스’ 중에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수천억 원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투자인 만큼 이사회 의결 등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OIO 계약

IBM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등 제품, MA(Maintenance), SOS(System Operating Services), ITS(Integrated Technology Services), BCS(Business Consulting Services) 컨설팅과 같은 IBM 제품과 서비스를 3∼5년 단위의 장기계약을 통해 공급하는 계약을 말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