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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늘고 자산버블 우려…금융취약성 2008년 금융위기 수준

최정희 기자I 2021.06.22 11:00:00

한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올 1분기 금융취약성지수 58.9..2008년 4분기 이후 최고
최악의 시나리오 가정시 은행 자본비율 16.5%→11.9%로 급락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대내외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23조원 가량의 대출액을 돌려받지 못해 자본비율이 악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출처: 한국은행)
한은은 금융불균형, 금융기관 복원력을 고려해 대내외 충격 등에 대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측정한 ‘금융취약성지수(FVI)’를 처음으로 산출했다. 1분기 FVI는 58.9로 2008년 4분기(60.0)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분기(41.9)보다 17.0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 지수는 외환위기였던 1997년 2분기 100.0을 기록했고 신용카드 부도 사태 직전이었던 2002년 4분기에는 69.3을,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2007년 4분기에는 72.1를 기록하며 위기 때마다 경보음을 울렸다. 금융시스템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안정지수(FSI)가 5월 1.8(잠정치)로 주의 단계 임계치 8을 크게 하회하는 등 금융불안을 제대로 관측하지 못해 FVI를 신규 편제했다.

금융기관이 현재 높은 자본비율을 유지, 대내외 충격에 복원력은 양호한 편이나 대출 증가, 자산 가격 상승이 금융시장을 취약하게 만드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자산가격 총지수가 91.7로 1997년 2분기(93.1), 2007년 3분기(100.0) 최고점에 근접해 있다.

올해는 경제성장률이 4.0%로 비교적 높은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FVI를 토대로 경제 하방리스크만 고려할 경우 10% 확률로 향후 1년간 경제성장률이 연율 -0.75%로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확률은 낮지만 해당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은행의 자본비율은 16.5%에서 14.3%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만약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상태가 3년이 지나 FVI가 2023년 4분기 68.1로 높아질 경우 경제성장률은 10% 확률로 2024년 -2.2%를 기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회사채 스프레드 1.93%포인트 상승, 주가 2388, 주택가격 하락률 2.3% 가정) 은행의 자본비율은 11.9%로 하락하는 등 전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상당폭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사의 순자본비율(NCR)과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은 각각 772.0%, 275.1%에서 505.2%, 163.2% 하락한다.

특히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신용손실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기업대출은 부도율이 무려 1.48%에서 2.36%로 올라가고 신용손실 규모(금융기관이 돈 떼이는 규모)도 27조5000억원으로 현재보다 18조8000억원 가량 증가하게 된다. 가계대출 부도율은 0.83%에서 1.18%로 높아지고 그로 인해 4조2000억원 가량의 채무불이행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불균형이 상당 기간 지속돼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누증될 경우 대내외 충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불균형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정책 대응 노력을 적기에 기울여 나가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어설명)금융취약성지수(FVI)=금융불균형을 측정하는 자산가격 및 신용축적과 금융기관 복원력의 세가지 평가요소 내 11개 부문, 39개 세부지표로 구성되며 지표별 표준화 등의 과정을 거쳐 산출한 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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