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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납품업체, 대형마트 불공정 행위에 '꿀먹은 벙어리' 신세

김성곤 기자I 2014.11.06 12:00:00

중기중앙회, 대형마트 거래 중소기업 애로실태 조사
불공정거래 근절 위해 49.3% ‘거래신고자 비밀보장' 촉구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대형마트가 친환경 제품으로 변경을 요구, 재료비 등 원가가 인상됐지만 공급가격 인상은 쥐꼬리 수준에 그쳤다. 특히 환율변동 탓에 원가가 공급가격을 초과했지만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속 거래를 해야 했다. (대형마트 납품 E사)

제품특성상 대량판매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아 판촉행사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불참시 매장위치 변경 등 불이익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대형마트 납품 H사)

다른 대형 마트와의 PB 참여시 거래단절 등을 우회적으로 언급, 중소기업 입장에선 억울하다. 특히 중소기업과 분쟁 발생시 일방적으로 PB상품의 판매가를 인상해 매출을 급감시킨다. 일종의 보복조치라고 생각한다. (대형마트 납품 J사)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대형마트의 각종 불공정 행위에도 불이익을 우려, 꿀먹은 벙어리 신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국내 31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거래 중소기업 애로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49.3%가 ‘불공정 거래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을 꼽았다.

지난 2011년 대규모유통업법 제정은 물론 표준계약서 개정, 판매장려금 부당성 심사지침 제정 등 정부 대책에 따라 대형마트 불공정 거래 경험은 2008년 46.9%에서 2014년 11.3%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형마트의 불공정 거래를 경험한 중소기업의 55.9%는 특별한 대응방안 없이 거래를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대책(복수응답)으로 △신고자에 대한 비밀보장(49.3%) △직권 조사 및 단속 강화(45.3%) △제재 강화(44.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상생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적정 납품가격 보장(37.0%)’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중소 납품업체가 대형마트의 불공정거래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할 경우 대형마트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매장려금 부당성 심사지침’ 시행 이후 납품업체가 부담하는 판매장려금 수는 평균 8.3개에서 2.3개로, 금액은 판매대금 대비 6.5%에서 4.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계약서에 판매장려금 결정기준이 반영되지 않았거나(38.7%), 판매장려금 축소 대신 납품가격을 인하(17.4%)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 PB제품 거래를 통한 판로확대 효과와 관련, 71.3%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지만 32.2%는 납품가격이 원가를 반영하지 못해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벤더를 통해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영세 중소기업의 경우 벤더가 납품업체와 협의없이 판촉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이후 벤더 마진이 감소하면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부당한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대기업 오너의 사고와 회사 경영방침이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실무에서 일어나는 각종 불공정 사례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정원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정책실장은“납품 중소기업이 대형마트의 불공정 행위에 문제제기조차 못하는 만큼 정부의 직권조사와 단속강화 등이 필요하다”며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업체까지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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