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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의 軍界一學]달라진 한·미 SCM 성명..전작권 전환 '시계제로'

김관용 기자I 2020.10.16 11:08:15

한미 국방장관, 제52차 SCM 공동성명
미 국방장관 "조건 완전히 충족하는데 시간 걸려"
"전작권 전환 전 상호 합의조건 충분히 충족돼야"
전년 SCM "실질적 성과와 진전 높이 평가" 온도차
12년간 유지하던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빠져

한미 전작권 전환 문제 다시 제자리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한국측이 지휘하는 미래 연합사로의 전작권 전환 준비에 실질적인 성과와 진전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였다.”

지난 해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서에 담긴 내용이다. SCM은 한미 국방장관의 연례 회의체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개최됐으며 관례에 따라 올해는 미국에서 열렸다.

작년 SCM 공동성명에는 “양국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에 진전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국의 지속능력 제공과 함께 대한민국이 방위역량을 갖출 때까지 보완능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작년 공동성명 “실질적 성과·진전 높이 평가”

그러나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열린 제52차 SCM 이후 배포된 공동성명의 뉘앙스는 달랐다. “전작권 전환 계획에 지정된 이행 과업의 추진현황을 검토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 관련 진전에 주목한다”는 표현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양국 장관은 한미 공동의 노력을 통해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음에 주목했다”는 문장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와 진전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는 전년 공동성명에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해 국민 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게다가 올해 SCM 공동성명은 “에스퍼 장관은 보완능력의 제공을 공약하면서, 구체적 소요 능력 및 기간을 결정하는데 있어 우선적으로 한국의 획득계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반도 방위를 위한 ‘보완 전력’을 무작정 제공하기보다는, 한국군의 무기확보 계획과 연계해 해당 전력 목록과 파견 기간 등을 수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군이 보유하거나 앞으로 보유할 무기 분야의 보완 전력은 제외하거나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반도 방위를 위한 비용의 미측 부담을 줄이면서 한국측에 책임을 더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美 “전환 조건 충분히 충족돼야”

특히 공동성명은 “전작권이 미래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 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측이 ‘2015년 조건에 기초한 전환 기본계획’과 ‘2018년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계획 수정 1호’를 내세우며 이를 준수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 조건을 통과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한미는 전작권을 △한국군 핵심 군사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확보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충족 등 세 가지 조건을 평가한 후 전환키로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전환 일정이 지연될 경우 이같은 조건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합의한 조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임기 내인 2022년 5월까지는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문한 서욱 국방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6.25전쟁 참전 기념공원을 참배하고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美 국방장관, 공개석상서 韓과 시각차

한미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지휘하는 미래연합군사령부의 능력 검증을 내년 초 실시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당초에는 지난해 1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검증을 시작으로 올해 2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내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마친 뒤 구체적인 전작권 전환 연도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올해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2단계 FOC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3단계 FMC까지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SCM을 통해 전작권 전환 일정에 대한 ‘수정 로드맵’ 관련 논의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국은 내년에 FOC와 FMC 검증을 모두 끝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실시 시기 등 세부사항에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서욱 장관은 이번 SCM 모두발언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야 한다”며 속도를 강조했지만, 에스퍼 장관은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인식 차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미 국방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서둘러 전환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올해 공동성명에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문구도 빠졌다. 한미 정상이 2008년 회담 당시 주한미군을 2만 850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명시된 이후 12년 만이다. 그럼에도 에스퍼 장관은 교착 상태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까지 언급하며 증액을 강하게 압박했다. 미국이 방위비 협상과 주한미군 숫자를 연계하려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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