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려 시작한 MB발 공기업 해외사업 '줄폐업'

문승관 기자I 2020.11.20 11:01:00

수자원공사, MB정부 최대 해외 사업 ‘K-워터 타일랜드’ 첫 삽도 못뜨고 정리
광물공사, 칠레 구리광산 청산…산토도밍고 광산도 새주인찾아 매각 진행 중
석탄공사, 몽골탄광 2년전 문닫아…“무리한 추진 후폭풍 혈세낭비·실적부담”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한국수자원공사가 ‘K-워터 타일랜드(K-water Thailand)’를 청산하기로 했다. 지난 2012년 이명박(MB) 정부 시절 추진한 최대 해외사업 중 하나로 손꼽혔다. 광물자원공사도 최근 MB정부 시절 진행한 칠레 구리 광산 개발 사업을 청산했다. 대한석탄공사는 지난 2010년 MB 정부 시절 수백억원을 들여 ‘몽골 홋고르 샤나가 유연 탄광’ 개발에 투자했지만 투자수익을 한푼도 올리지 못한 채 지난 2015년 석탄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MB정부 시절 추진했던 공기업의 해외사업이 줄줄이 좌초하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투자원금과 추가 지원금 등을 모두 날렸다. 당시 MB정부의 강력한 해외사업 드라이브에 앞다퉈 해외로 나갔던 공기업도 국민 혈세 낭비라는 비난과 함께 실적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첫 삽’도 못뜬 태국판 4대강 사업

수자원 공사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태국 현지법인인 ‘K-water(Thailand) Co.,Ltd’를 청산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태국 법령에 따른 외국기업 사업참여 제한으로 존속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수자원공사 태국 법인은 지난 2013년5월 ‘태국판 4대강 사업’ 추진이라는 대대적인 정책홍보와 함께 설립했다. MB정부 시절 최대 규모 해외 사업 가운데 하나였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2012년 태국 정부가 발주한 약 11조5000억원 규모의 물관리사업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사업 수주 낭보에 수자원공사는 이듬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11년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겪은 태국 정부가 짜오프라야 강을 비롯한 25개 주요 강의 물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했다.

문제는 태국 내부에서 발생했다. 법인을 설립한 2013년 태국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고 태국 군부가 정권을 쥐면서 물관리 사업을 전면 보류했다. 이후 2015년 태국 군부는 사업을 백지화했다.


사업 중단의 원인이 태국 내부에 있었음에도 수자원공사가 그동안 투입한 수백억원대 사업비를 모두 날렸다. 공사는 물관리 사업 재개를 기대하며 올해까지 법인을 유지했지만 결국 법인 청산을 피하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리한 사업 추진 탓에 곳곳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같은 시기 수자원공사가 진행한 필리핀 앙갓(Angat) 댐 수력발전사업은 지난해 1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15년 투자한 미 조지아 넨스크라(Nenskra)수력발전사업에서도 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수자원공사가 MB정부 시절 진행한 해외사업 전반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 자원 공공기관 관계자는 “사업성과 경제성을 따져보지 않은 채 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다 보니 무작정 해외 사업에 투자한 게 지금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며 “국민 혈세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실적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2월1일 태국 방콕에 문을 연 ‘동남아 사업단’ 개소식 모습(사진=한국수자원공사)


‘엘도라도 꿈꿨지만 결국 청산’…광물공사도 같은 길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최근 칠레 구리 광산 개발 사업을청산했다. 30억원을 들여 탐사작업에 나섰지만 경제성이 없어 개발을 중단했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14년 캐나다 자원개발 업체와 합자 계약을 맺고 광산개발에 나섰다. 지난 2016년 92만 달러(약 10억3100만원)에 이어 2017년 107만 달러(약 12억원), 2018년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투입했다. 총 300만 달러(약 33억원)를 투입해 탐사를 진행했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만 얻었다. 공사는 올해 반기 결산 때 옵션 포기로 받은 정산반환금을 제외한 장부금액 32억7100만원을 손실 처리했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주 사막 지대에 있는 노천광인 산토도밍고 사업 또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산토도밍고는 동 금속과 철 정광 매장량 규모가 약 3억9200만t에 이른다. 공사는 지난 2011년 캐나다 캡스톤사 지분 11%를 사며 광산 개발에 참여했다. 이 역시 MB정부 시절 전략적으로 추진한 해외광물개발 사업이다.

하지만 이듬해 칠레 정부가 해외 자산에 대한 신규 투자 금지 법안을 제정하면서 발목을 잡혔다. 산토도밍고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2억393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680억원에 달한다. 광물자원공사는 작년 4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정하고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칠레 정부가 신규 투자 금지를 한 상황에서 광물공사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석탄공사도 지난 2010년 MB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을 이유로 ‘몽골 홋고르 샤나가 유연 탄광’ 개발에 투자했다가 2년 전부터 문을 닫았다. 이미 자본잠식 상태여서 석탄생산을 재개하지 않으면 투자원금 258억원과 추가 지원금을 포함한 약 300억원의 돈을 날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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