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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제시하며 133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비전 선포 이후 삼성전자는 지난 2년 간 반도체 제조 기업과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공급망의 핵심인 소재·부품·장비 업체, 학계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주요 구성원 간의 상호 협력을 활성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은 글로벌 기업들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선 세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와 초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격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2위인 삼성전자는 17%로 TSMC의 3분의 1에도 못미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하려면 TSMC와의 격차를 줄여나가야 하는데, 일단 투자금액부터 TSMC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달리 오직 파운드리 사업만 갖고 있는 TSMC는 향후 3년간 1000억달러(약 113조원)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TSMC의 올해 설비투자액만 최대 280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172억달러)대비 63%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와 향후 3년을 모두 합치면 2024년까지 총 145조원을 쏟아붓는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투자하는 171조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미국의 종합반도체회사 인텔도 파운드리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해 파운드리 점유율을 나눠가질 전망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200억달러(약 22조67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등에도 추가 투자 계획이 있다.
한국 정부의 지원도 경쟁국에 비해선 직접 지원 금액도 부족한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500억달러(약 56조7000억원)의 금액이 필요하다고 의회에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산업에 500억유로(약 68조4000억원)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설계에서 삼성전자는 미국의 인텔, 퀄컴 등과 아직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3~4년 전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나서자 우리 정부가 반짝 나선적 있었다”며 “이번엔 미국이 반도체 지형을 흔들었다. 민간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않으면 전 세계 기업들에 밀리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