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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코앞인데 가림막 믿어도 될까···KAIST 실험 봤더니

강민구 기자I 2020.11.20 11:00:00

가림막 높이에 따른 비말 전파 양상 레이저실험
가림막 높을수록 효과···하강기류·순풍 타고 전파
김일두 교수 "차단막 높이와 재활용 과학적 고민해야"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코로나19 확산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 풍경까지 바꿨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각 고사장 책상에는 가림막이 설치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식당, 회의실 등에도 가림막 설치가 이뤄지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고, 실효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레이저실험을 통해 가림막 높이에 따른 비말과 에어로졸 전파 양상을 비교한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김일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의 실험결과, 가림막은 최소 70cm 이상 돼야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자원 낭비, 예산 투입 대비 효율성을 감안해 과학적 접근을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70cm 가림막 해야 효과…원천 차단 불가능

연구팀의 이번 실험은 실제 수능시험장에 보급을 추진 중인 45cm의 가림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마네킹에 연결된 비말생성장치를 통해 시판되는 인공 침 용액을 수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비말로 변환했다. 사람이 평소 기침할 때 배출하는 기체 부피와 유사한 양인 1.6L 용량의 펌프를 연결해 비말을 배출하게 했다. 이어 빛을 완전히 차단한 후 2W급 레이저장치를 활용해 비말에 의해 산란하는 레이저 빛을 카메라로 촬영해 에어로졸의 전파 모습을 시각화했다.

학계에서는 대화 시 초당 약 2600개 비말 입자가 입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기침 시에는 약 4000개, 재채기 시에는 4만개 이상까지도 숫자가 증가한다. 무거운 비말 입자는 가라앉지만 10μm 이하 입자들은 주변 건조에 따라 증발해 5μm 이하로 공기 중에 떠있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45cm의 가림막을 낮은 책상에 설치했을 경우(턱 밑과 책상까지의 간격이 30cm인 경우), 사람이 분사한 비말은 가림막 상단을 넘어 직접적으로 앞으로 전파됐다. 매우 작은 비말들은 에어로졸 형태로 부유해 선풍기나 온풍기를 통해 확산했다. 사실상 비말 차단 효과가 없는 셈이다. 같은 45cm의 가림막이지만 학생의 키가 작은 경우를 고려한 중간 가림막(턱밑과 책상까지의 간격이 17cm인 경우)의 경우, 일부 비말이 가림막을 타고 위로 상승했다. 이후 온풍기와 같은 공조장치 작동에 따른 하강기류로 바람을 타고 비말들이 역류해 가림막을 넘어 전파됐다.

추가 옵션이 없는 경우(왼쪽), 온풍기로 하강기류가 발생하는 경우(가운데), 선풍기 등에 따라 순풍 기류가 확산하는 모습(오른쪽).(사진=김일두 교수)
높은 가림막(가림막 크기가 70cm로 커진 경우)은 직접적인 전파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다만 작은 비말들이 바람에 실려 전파되므로 가림막을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하지는 못했다. 최대한 비말이나 에어로졸의 확산을 방지했으나 원천적인 위협을 차단하지는 못한 셈이다.

이와 함께 진행한 페이스실드를 사용한 실험에서는 페이스실드와 마스크를 함께 착용해야 위험성 차단 효과가 가장 우수했다. 반면 마스크 없이 페이스실드만 착용한 경우에는 비말이 위아래로 전방위적으로 확산했다.

마스크 없이 페이스실드를 장착한 경우(왼쪽)와 마스크, 페이스실드를 함께 착용한 경우(오른쪽).(사진=김일두 교수)


가림막 구매에 80억원 소요…“개인 보호장구 밀착 착용도 필요”

교육청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 시험 당일 사용할 가림막은 반투명성 아크릴 소재로 제작될 예정이다. 자연분해가 되지 않는 소재라는 점에서 폐플라스틱 자원으로 낭비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부분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이다. 수능 당일 가림막은 책상 왼쪽과 오른쪽에는 설치되지 않고 앞 부분에만 설치한다. 연구진의 실험과 같은 가로 60cm, 높이 45cm 크기로 제작될 예정이다. 상판 밑부분에는 너비 40cm의 직사각형 홈을 내서 문제지 전달 등이 가능토록 했다.

다만 KAIST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반영하면 홈을 통해 비말이나 에어로졸이 확산하고, 학생의 앉은키가 작은 경우 앞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가림막을 구매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만 19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수능 응시자가 약 49만명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가림막 구매에만 약 80억원을 지출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일두 교수는 가림막 높이를 비롯한 전반적인 형태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효과적인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가림막이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가림막의 길이부터 형태, 활용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보다 이뤄져야 한다”며 “온풍기, 선풍기 등의 작동에 따른 하강기류와 송풍으로 비말이 확산하고, 에어로졸 형태로 밀폐된 교실 내부에서 입자가 부유하는 환경을 감안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실험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가림막이 있다고 안심하기 보다 차단효율이 높은 보건용 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하는 것과 규칙적인 환기가 중요하다”며 “쉬는시간이나 화장실 사용중에도 마스크를 밀착 착용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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