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남성용보다 두배 비싼 여성 화장품, 그녀는 소송을 택했다[중국나라]

이명철 기자I 2024.03.18 10:48:21

中 로레알 클렌져, 남성용 82위안인데 여성용은 149위안
중국 여대생들, 로레알에 공정거래 위반 소송…전액 환불
‘핑크 택스’는 한국 등 전세계 논란, 중국서도 움직임 일어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인 여성 장씨는 지난해 로레알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성용 페이셜 클렌저 제품을 149위안(약 2만7600원)에 구매했다. 어느 날 한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간 장씨는 로레알의 남성용 페이셔 클렌져 제품이 82위안(약 1만5200원)에 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처음엔 성분 등에서 차이가 있겠거니 싶었지만 고객센터에 문의한 장씨는 깜짝 놀랐다. 여성용과 남성용 모두 페이셜 클렌저 제품의 용량은 물론 성분, 효능, 함량이 다 동일했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인데도 여성용이 남성용보다 67위안(약 1만2400원), 두배 가까이 비쌌던 셈이다.

순식간에 ‘호갱’(판매자로부터 호구 취급을 당한 고객을 지칭하는 신조어)이 된 장씨는 가만있지 않았다. 법대생이었던 장씨는 친구 5명과 함께 팀을 결성하고 로레알이 법에 따른 공정한 거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제품 전액 환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건이 접수된 후 회사는 전액 환불 의사를 밝혔지만 학생들에게 이번 사건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하거나 언론을 포함한 제3자에게 진술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라고 요구했다.

학생들은 서약서 일부 내용이 권리 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이를 거부했고, 다툼은 길어졌다. 결국 법원의 중재 끝에 학생들은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고 로레알은 제품을 전액 환불했다. 장씨와 친구들의 사례는 최근 열린 한 창작 소송대회에서 3등상을 차지했다.

중국에서 로레알 대상으로 핑크 택스 소송에 나선 여대생들이 최근 열린 한 창작소송대회에서 3등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같은 제품·서비스지만 여성 소비자가 남성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성차별 가격, 이른바 ‘핑크 택스’(핑크세)는 전세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핑크 택스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화장품을 비롯해 머리 길이가 짧은데도 남성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미용실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기도 했다.

중국은 아직 핑크 택스에 대한 인식이 높진 않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 내에서도 여성 소비자들의 권리 향상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씨는 “중국에 핑크 택스라는 개념이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일부 소비 분야에서 여성 소비자가 불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스킨케어, 뷰티, 전자제품 등 비슷한 품목에 ‘여성 전용’이라고 표기하면 가격이 항상 비싸다”고 지적했다.

소송은 마무리됐지만 권리 찾기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학생들은 SNS 등을 통해 ‘핑크가 왜 이렇게 비싼가’를 주제로 네티즌들에게 권리 보호를 제안하고 있다. 주요 언론들도 ‘핑크 택스는 드문 일이 아니다’ ‘소비자를 성별로 규정해선 안된다’ 등의 기사를 내보내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픽=게티이미지뱅크)


장씨는 “대부분 사람들은 ‘항상 그래 왔다’면소 핑크 택스가 존재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성별에 따른 가격 차별에 맞서 싸우고 소비자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영감을 주고 핑크 택스에 함께 저항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땅도 넓고 사람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는 온라인 밈으로도 활용되는 ‘오늘도 평화로운 ○○나라’를 차용한 시리즈입니다. 황당하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도 줄 수 있는 중국의 다양한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