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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땅 공원화 논란…“공익 우선” vs “재산권 침해”

황현규 기자I 2020.06.09 10:41:09

종로구 보도자료 통해 “대한항공 땅 공원화 찬성”
“시민 대다수가 무료로 이용해야할 땅”
법조·부동산업계 “사실상 강매…진정성 의심”
진보단체 “공공성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서울시의 대한항공(003490) 송현동 부지 공원화와 관련해 종로구가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종로구는 “송현동 부지는 무료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공원화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강제 공원화를 두고 “사유지 재산권에 대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송현동 부지 (사진=서울시 제공)
◇종로구까지 합세…“시민들이 공원 원해”

종로구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추진 중인 송현동 전 미대사관 직원 숙소부지(대한항공 땅)의 공원 조성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을 발표한 뒤, 부지 보상비로 4671억 3300만원을 책정한 데 대해 자치구도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이날 종로구는 구민 80% 이상이 공원 조성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개최한 100인 시민 원탁 토론회에서 참여 시민 80.5%가 대한항공 땅에 공원을 조성하는 데 찬성했다는 것. 종로구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공간”이라며 “사유지로 두기보다는 공원을 조성해 공공성을 살리는 게 옳다는 데 시민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사진=뉴스1제공)
대한항공이 소유한 해당 부지는 3만7000여㎡ 면적으로, 경복궁 동쪽의 거대한 대지다. 크기는 서울광장에 3배에 이른다.

이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알짜 단지’로 2008년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7성급 관광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인근 학교와 반대 여론에 부딪혀 호텔 개발이 무산됐다. 이후 10년 넘게 빈 부지로 방치돼 있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송현동 땅의 가치를 최소 5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책정 금액보다 높다.

◇“사실상 강매” vs “시민 위한 선택”

자치구까지 합세해 서울시가 대한항공 땅을 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강매에 가까운 재산권 침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조성하는 결정고시를 하기로 했는데, 이는 사실상 대한항공과의 협의를 포기하겠다는 ‘시그널’이라는 해석이다.

재건축·재개발 전문변호사 A씨는 “공공이 개인이나 민간의 땅을 강제로 수용해온 것은 개발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사실상 사적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의 문화공원 조성이 ‘치적 쌓기’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0년간 폐허로 남겨져 있던 땅을 서울 시장 임기 말에 갑자기 공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반면 공공을 위한 토지 수용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공공성을 위한 토지 수용권은 허용돼 있다”며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원화 사업을 위한 공원 지정은 그 자체로 공공성이 담보돼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공시지가에 맞춘 보상만 해준다면 큰 문제될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예림 부동산 전문 변호사도 “지자체가 결정고시를 하면 토지 소유주들이 할 수 있는 협의는 거의 없다”며 “감정평가 금액으로 토지비를 받고 나가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서울시의 공원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부 검토를 거쳐 적절한 절차에 따라 매각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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