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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異야기]박용주 회장 “국내 성공, 해외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 없다”

박철근 기자I 2016.02.23 10:58:13

디즈니 캐릭터 접목 내의로 호황…대기업 자본력에 밀려 위기
독자 브랜드 개발로 엄마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자리매김
환갑 넘어 개명·대입 검정고시 합격 등 제2의 인생 전개
메인비즈협회장 연임…배우는 CEO 문화 조성 매진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창업 당시부터 갖고 있던 해외진출이 결실을 맺었던 2014년을 잊을 수 없습니다. 2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실패를 통해 노하우를 얻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에 ‘무냐무냐’와 ‘첨이첨이’ 등 우리 브랜드를 출시하게 됐습니다.”

수많은 외산 유아동 브랜드 속에서 토종 브랜드로 이들과 당당하게 맞서는 기업인이 있다. 주인공은 지비스타일의 박용주(64) 회장이다.

유아동 내의 및 의류를 전문 생산하는 이 회사는 사명보다는 ‘무냐무냐’, ‘첨이첨이’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다. 외국 유명 유아동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엄마들의 워너비 아이템으로 꼽힌다.

지난 1984년 거봉상사를 창업한 박 회장은 사업가라는 말이 어색한 시장 상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선친이 대구에서 ‘다보탑 메리야스’라는 회사를 창업했다”며 “이후 선친이 사업을 이어갔으면 하는 뜻을 전하시고 가업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으로 상경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가업을 이어가겠다는 생각에 아이템도 유아동복으로 정하고 사업을 하던 박 회장은 어느날 디즈니 만화영화에 몰입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고 유아동 내의에 디즈니 캐릭터를 적용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후 디즈니와 캐릭터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출시한 디즈니 캐릭터 아동내의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면서 성공가도를 달렸다.

디즈니 캐릭터를 이용한 유아동 내의로 3년간 회사는 급성장했지만 이내 위기가 찾아왔다. 외환위기를 앞두던 1997년 초 국내 굴지의 속옷 대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디즈니 캐릭터 라이선스를 가져간 것.

박 회장은 “회사가 탄력을 받아 성장하고 있었는데 대기업의 자본에 밀려 절망했다”며 “사업을 접을까도 심각하게 고민했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디즈니 속옷 사업을 통해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다. 그는 “브랜드가 없으면 이런 위기가 또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고 다양한 시장조사를 통해 탄생한 브랜드가 ‘무냐무냐’다”고 전했다.

무냐무냐는 비캐릭터 브랜드로 차별화 한 디자인과 우수한 품질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무냐무냐의 성공은 이후 ‘첨이첨이’, ‘쿠스쿠스’ 등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맞춘 브랜드가 나오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회사보다 유명한 브랜드로 지비스타일은 지속 성장하고 있다. 2010년 341억원이던 매출은 지속성장해 2014년 53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700억원 매출을 기록해 5년만에 매출 2배 신장을 이뤄냈다.

최근 박 회장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이다.

그는 “창업 이후부터 해외진출에 관심이 많았다”며 “2014년 상하이법인을 설립하기 전까지 20년 동안 대리상과 소매상 등을 통해 현지에 진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얻은 노하우로 상해법인을 설립했다”며 “베이징 SKP백화점과 상하이의 이세탄 백화점 등 중국 주요 백화점 38곳에 입점했다. 지역도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도 항저우, 심양 등 중국 전역에서 인지도를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유아동 내의 시장은 산아제한제도 폐지와 한류 붐 등에 힘입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회장은 “중국 사업이 불안요소들도 있지만 5년 내에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며 “몽골과 러시아 수출을 성사시키는 전초기지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환갑이 넘어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해 본명인 박칠구에서 박용주로 개명(改名)한 것. 그는 “칠구란 이름은 일곱째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라며 “사업을 하면서 1차 목표가 매출 700억원 달성이었다.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어서 개명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대입 검정고시에도 합격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그의 최종 학력은 중졸. 평생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그는 해외출장 중에도 호텔방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열정으로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기업인 특별전형을 하는 곳에 입학을 알아보고 있다.

자료= 지비스타일 감사보고서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검정고시에 응시할 정도로 ‘배움’에 대한 박 회장의 생각은 남다르다. 무엇이든 배워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이 때문에 2014년 2대 메인비즈협회(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굿모닝 CEO학습’이라는 조찬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해서는 중기 CEO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메인비즈협회 정기총회에서 3대 회장으로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는 “기형적인 국내 산업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메인비즈 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앞으로 10년간 100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10-100 프로젝트’를 펼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지비스타일이 외국 유아동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원천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다. 유아동 내의 회사로는 최초로 1998년 디자인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약 20여명의 연구원과 보조 연구원을 통해서 다면적으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변화하는 아이들 체형연구와 해외 시장조사를 통해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두말할 필요 없이 임직원과 협력업체다. 여러 위기의 순간에도 변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준 가족 같은 임직원과 협력업체가 있었기에 지금이 있을 수 있었다. 회사가 어려워 급여나 계약 금액을 적시에 지급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했을 때에도 이해하고 응원해줬다. ‘가족같은 회사’라는 경영철학을 유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해외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최근 어렵다고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 현지 시장에 진출토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다. 경쟁력이 없으면 경기가 좋아도 제품은 팔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사업을 처음 시작했던 마음가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해외진출은 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고용과 수출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중장기적인 사업 계획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1차 목표인 매출 700억원은 달성했다. 우선 2020년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형적인 성장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최고의 유아동 속옷 브랜드에서 세계 최고의 유아동 속옷 브랜드로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 사람을 소중히 하는 ‘가족같은 회사’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임직원 역량개발 및 협력업체 성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겠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고 고용 창출, 나눔, 친환경 경영을 위한 노력을 실천하겠다.

- 메인비즈협회를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협회는 현재 1만4000개 메인비즈 인증기업과 3500개 회원사가 있다. 메인비즈 기업의 높은 성장잠재력을 토대로 국가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견기업 육성에 관한 장기비전을 설정하고 협회의 역점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회원사들에 금융, 교육, 컨설팅 등을 적극 지원하고 경영혁신연구원 기능을 대폭 강화해 지원정책개발 및 건의, 교육프로그램 개발, 컨설팅사업 추진 등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

특히 회원기업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개발하고 FTA(자유무역협정) 전문가양성 교육사업, 기업공개 코칭 및 컨설팅사업 등을 통해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박용주 회장은

1952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1984년 거봉상사를 설립했다. 박 회장은 ‘준비된 도전은 두려움이 없다’는 좌우명을 갖고 기업경영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꼽고 있다. 시간이 날때마다 등산을 즐겨하는 그는 해발 8000m가 넘는 네팔의 안나푸르나에도 갈 정도 ‘등산 마니아’다. 평소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 탓에 주위를 두루두루 살피고 아우르고 살고 싶다는 의미로 지난해 ‘용주(容周)’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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