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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국회 논의 하세월'…늦어지는 전금법, 속타는 핀테크들

김인경 기자I 2021.04.21 11:00:15

'외부청산' 두고 한국은행-금융위 충돌로 논의 지연
LH사태로 정무위 관심 '이해방지충돌法'으로 쏠리며 소외
법안 발의 5개월 넘도록 지지부진…핀테크 '기반 법' 없어 불안
"핀테크 불확실성 국회도 인지…최대한 논의 속도 당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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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있어야 저희도 안심하고 진행을 할 수 있는데…. 계속 지연이 되네요”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에서 계속 미뤄지며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빅테크는 물론 핀테크업체들의 곤혹이 커지고 있다. 빅테크나 핀테크 등이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맞는 규제 등을 담은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됐다. 2006년 제정한 전금법으로는 현재 페이산업 등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하지만 법안이 제출되자마자 금융결제원을 둘러싼 기관간 갈등으로 논의는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지난달부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여파까지 더해지며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우선순위에 밀리고 있다. 법안이 발의된 지 6개월이 되도록 이렇다 할 실마리도 찾지 못한 상태다.

‘금결원’ 갈등에 LH사태까지…6개월째 표류하는 전금법

21일 국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무위는 오는 26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개최하지만 전금법 개정안을 상정할지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전금법 개정안은 정무위원장인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말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페이업체들의 외부청산을 두고 ‘금결원’의 관할을 금융위원회로 둘 것인지, 한국은행으로 둘 것인지 논란이 불거지며 법안은 제자리걸음을 해 왔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법안에 따르면 모든 종합결제지급사업자(페이업체)에게 외부 청산 시스템을 두도록 하고 금융결제원을 청산기관으로 하도록 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 페이업체가 소비자들의 충전금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상황을 막고 기업 사고가 발생해도 소비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려면 외부 청산을 들여다볼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한은은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결제’ 부분에 금융위가 침범했다고 반발했다. 뿐만 아니라 외부청산 의무화는 ‘빅브라더’라고 맞섰다. 반면 금융위는 각종 금융사고의 우려를 제기하며, 외부청산이라는 촘촘한 ‘감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후 정무위는 지난 2월 공청회를 열고 한국은행과 금융위에 합의점을 찾아오라고 주문했지만 뚜렷한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주열(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 연합뉴스)
이 가운데 국정 현안들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엔 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가 불거지며 금융법안 대신 이해충돌방지법 등의 처리에 주력해서다. 국민적 분노가 불붙은 만큼, 공직자들이 직무상 권한을 사적이익 추구로 연결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게 급선무라고 정무위도 판단한 것이다. 전금법 개정안을 비롯한 여타 금융 관련 법안은 자연스럽게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법안은 발의된 지 5개월이 넘도록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업체 ‘발 동동’…올해 넘길까 우려도

이러한 지지부진한 모습에 혼란을 겪는 곳은 전금법이 있어야 후불결제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는 핀테크 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들은 종합지급결제나 지급지시전달 등에 진입할 준비를 하며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네이버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파이낸셜은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후불결제서비스를 시범운영하게 됐다. 지금 당장 돈이 없어도, 30만원까지는 신용카드처럼 후불로 돈을 내면 되는 식이다. 네이버는 신청자가 후불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쇼핑정보 등을 심사하며 신용평가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혁신서비스를 위해 신청 업체에 규제에서 예외를 적용해주는 특례일 뿐, 법적인 기반은 전금법과 함께 지연되고 있다. 한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금융 핀테크의 모든 근간이 전금법이고 현재는 기반 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선거 등 정치적인 이슈에 밀리면서 전금법 논의 자체가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전금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진통을 거듭하면서 금융위 디지털금융협의회에서 합의한 사안들도 지연되고 있다. 당초 빅테크들이 금융권에 진출하면서, 카드업체 등 전통 금융업체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곱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당국은 전금법을 처리한 후 시행령으로 합의안을 담을 계획이지만, 법안 지연에 시행령 제정 역시 밀리고 있다.

정무위는 최대한 빠르게 논의를 재개하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간사가 합의만 하면 이달에도 논의는 할 수 있으나 아직 논의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자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국회도 인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주요 쟁점. (자료= 윤관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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