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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사과하면서도 "피해호소인"..김재련 변호사 "언어 퇴행"

박지혜 기자I 2020.07.15 10:28:4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에게 직접 사과하며 ‘피해 호소인’이라고 지칭했다.

이 대표는 1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 피해 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피해 호소인은 고소인, 피해자에 비해 다소 생소한 표현이다.

박 시장의 전 비서인 A씨는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 9일 오전 2시 30분까지 경찰에서 진술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일단 고소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바로 그날 박 시장이 잠적해 다음 날 오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게 됐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수사를 진척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A씨를 ‘피해자’, 박 시장을 ‘가해자’라고 단정 지을 수 없게 됐다.

사진=김재련 변호사 페이스북
또 이러한 호칭은 여야에 따라 갈렸다.

청와대를 비롯해 민주당, 정의당 등은 피해 호소인을 사용하며 ‘의혹’으로 접근한 반면, 미래통합당은 ‘박원순 피해자 보호법’을 발의하는 등 ‘사건’으로 여기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피해를 기정사실화하고 박 시장이 가해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섣부르게 예단할 시점은 아니고 차분히 따져봐야 할 문제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터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말을 썼느냐”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쓰더니,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따라 쓰고, 이제는 민주당 의원들까지. 아예 용어로 확립이 되겠다. 도대체 왜들 이러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말은 피해자의 말을 아직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의 뜻을 담고 있다. 그것은 아직 너의 주관적 주장일 뿐이라는 얘기다. 이 자체가 2차 가해”라며 “피해자의 증언을 딱히 의심할 이유가 없고, 가해자 역시 행동으로 그걸 인정했다면,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A씨 측 법률대리인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도 SNS에 ‘피해 호소인’,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가리켜 “언어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날 황인식 대변인이 주재하는 긴급브리핑을 열고 숨진 박 시장의 직원 성추행 의혹에 관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피해 호소 직원”이라고 지칭했다.

황 대변인은 그 이유에 대해 “피해를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접수한 것이 없다”며 “현재 여성단체를 통해 접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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