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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외환시장 투명성" 약속한 김동연.. 당국 환율방어 손발 묶이나

이진철 기자I 2018.04.22 16:47:59

내달 개입내역 공개방식 결정.. 美·IMF 요구 받아들여
IMFC, 회원국 경쟁적인 환율 평가절하 지양 필요성 합의
공개범위 TPP 가입 검토 맞물려 선례 따를 가능성 높아
당국, 시장안정 개입 부담.. 수출 경쟁력 하락 우려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현지시간) IMF 본부에서 스티브 므누신 美 재무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재부 제공
[이데일리 이진철 김정현 기자]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20개국(G20),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르면 다음달 외환시장 개입 내역의 공개 방식을 결정하기로 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외환시장 개입 내역이 과도하게 공개되면 당국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개입에 손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고, 수출 등 우리 경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김동연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 검토”.. 美·IMF “긍정적”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에서 19~21일(현지시간)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양자면담을 갖고 우리나라가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양자면담에서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언급했고, 므누신 재무장관은 “한국 정부의 투명성 제고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주요 교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했다. 하지만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과 함께 그 아래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G20 재무장관회의 및 IMF·WB 춘계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IMF 본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면담에 앞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재부 제공
앞서 워싱턴에서 가진 김 부총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만남에서도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라가르드 총재는 “IMF가 연례협의 보고서 등에서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지속 권고해 왔다”며 “외환시장 개입정보 공개는 경제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 거시경제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여타국 사례, 우리 외환시장 및 경제구조,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공개 시기·범위 쟁점.. 6개월 시차 유력

우리나라를 비롯한 IMF 24개 이사국 대표로 구성된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는 보호무역주의에 지속적으로 저항하는데 뜻을 모으고, 각국의 경쟁적인 환율 평가 절하를 지양하기로 했다. 특히 환율에 대해선 과도한 변동성이 경제와 금융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경쟁적 환율 평가절하와 경쟁적 목적의 환율 타겟팅을 지양할 필요성에 합의했다.

김 부총리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IMF나 미국, G20과 대화도 하고 요구도 받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는 우리처럼 성숙한 경제와 외환시장을 가진 나라는 해야 할 일”이라며 외환시장의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뜻을 시사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한 각국 대표들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IMF본부에서 열린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본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현재 쟁점은 공개시기(일·월·분기·반기)와 공개범위(총 매도·매수내역, 순매수내역)다. 미국은 최소한 1분기마다 총 매도·매수내역을 공개할 것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담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대해 상반기 중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공개방식도 이르면 다음달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TPP협정 부속 공동선언문은 3개월 이내 시차를 두고 분기별 외화 매수·매도 총액의 개입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회원국은 처음 공개한다는 것을 고려해 외화 순매수 내역을 6개월 단위로 6개월 시차를 두도록 용인해준 것을 우리도 준용할 가능성이 높다.

◇ 외환당국 손발 묶여 시장안정 개입 부담

정부는 환율을 시장에 맡기되 급격한 쏠림이 있을 때 대처하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이 미국 등의 요구대로 순매수 내역이 아닌 매수·매도 총액까지 공개하면 투기세력에 빌미를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언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개입내역이 사후라도 통계적으로 나오면 이를 분석할 수 있고 결국 패턴도 나오게 된다”면서 “당국이 언제 개입할 지 예상이 가능해지면 이를 무력화하려는 투기세력의 움직임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취약성을 감안할 때 공개를 안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며 “공개를 하더라도 최소한 1년이나 6개월 뒤 시차를 두고 총액 대신 순액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뒤이어 열릴 북미 정상회담이 원화 강세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지난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6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장중 1050원대까지 터치하며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구체적인 틀이 생기는 것”이라며 “당국이 개입에 눈치를 보며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외환시장 최근 3개월간 원·달러 환율 및 7주간 원·달러 환율 일평균 변동성. (단위: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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