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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D-1' 일동제약, 녹십자 경영 위협 막아낼까

천승현 기자I 2015.03.19 11:01:39

20일 주총서 이사 2명 선임 표대결
일동제약, 작년 회사 분할안 과반 확보 경험 '박빙 우세' 예상
녹십자 측 이사 선임되면 경영 개입..불발시 지분매각 등 가능성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일동제약(000230)녹십자(006280)가 오는 20일 주주총회에서 1년만에 다시 맞붙는다. 양 측이 추천한 이사 선임에 대한 표대결 결과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수도 있다.

일동제약은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로 서창록씨와 이상윤씨를 추천했고, 녹십자는 허재회씨와 김찬섭씨를 후보로 내세웠다. 일동제약(32.52%)과 녹십자(29.36%)의 지분율 격차는 3.16%포인트에 불과하다.

◇다급한 일동제약..여유있는 녹십자

일동제약 주식 보유 현황
일동제약은 지난달 6일 녹십자로부터 주주제안서를 접수한 이후 발 등에 불이 떨어졌다. 녹십자의 경영 개입이 적대적 M&A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일동제약은 의결권 확보를 위해 직원들이 소액주주들을 직접 찾아다니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녹십자와의 관계도 급속히 악화됐다. 일동제약은 녹십자 측에 제안한 “적대적M&A가 아니라는 확답을 해달라”는 요구가 묵살되자 노골적으로 녹십자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동제약 직원들은 녹십자에 투자를 검토 중인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규탄시위를 벌였으며 최근에는 허일섭 녹십자 회장의 자택 앞에서도 연일 항의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녹십자는 느긋한 분위기다. 주주제안 이후 표 확보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녹십자가 M&A 의도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번에 2명의 이사 이외에 전문경영인인 이정치 일동제약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데도 녹십자는 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았다. 이정치 회장의 재선임은 동의한 셈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일동제약의 경영을 지원하기 위해 이사 선임을 제안했다”며 M&A 언급은 회피하고 있다.

◇작년 표심 반영하면 일동 우세..박빙 승부 예상

일동제약과 녹십자의 지분 격차가 미미해 표 대결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일동제약 최대주주의 보유지분 중 일동후디스(1.36%)의 지분은 상호출자로 의결권이 없어 일동제약 경영진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1.66%로 녹십자와 큰 차이가 없다

단순히 지난해 진행된 표결을 돌이켜보면 일동제약의 우세가 점쳐진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회사 분할안을 놓고 진행된 표대결에서 54.6%의 찬성을 얻었다.

회사 분할안 통과를 위한 3분의 2에 못 미쳐 지주사 전환은 무산됐지만 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만 얻어내면 된다. 지분율 9.18%를 보유한 피델리티펀드의 선택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히지만 지난해 피델리티가 반대표를 행사했음에도 일동제약은 과반 이상의 찬성을 얻었다.

감사 선임은 더욱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감사 선임의 경우 상법상 최대주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등이 상장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의 합계가 3%를 초과한 경우 3%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일동제약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32.52%를 보유했지만 감사 선임 건은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다. 녹십자(27.49%), 녹십자홀딩스(0.88%), 녹십자셀(0.99%) 등이 일동제약 지분을 갖고 있어 일동제약보다 1.87%포인트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수차례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이외에도 상당한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는게 일동제약 측 계산이다.

◇주총 이후에도 불편한 동거 지속 가능성

만약 녹십자의 이사 선임이 통과되면 녹십자는 본격적으로 일동제약과 경영 제휴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주력 사업이 중복되지 않아 사업적인 제휴만으로도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녹십자 측의 구상이다. 녹십자는 혈액제제나 백신 사업 부문을 주력으로 하고 일동제약은 복제약과 일반의약품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일동제약의 생각은 다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녹십자의 추천인사가 이사회에 들어오면 일동제약의 영업전략, 개발정보 등 경쟁사의 기밀사항에 마음대로 접근하게 돼 일동제약의 주된 영업 분야에 진출해 이를 이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양사간의 관계가 악화된데다 등기이사 12명 중 일동제약 측 인사가 10명 포진돼 녹십자 측 인사가 이사로 선임되더라도 경영 개입으로 이어질 때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피델리티가 보유한 주식을 인수하려는 물밑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일동제약이 추천한 이사가 선임되면 당장 적대적M&A 가능성은 사그라들겠지만 긴장감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본격적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행보에 돌입할 태세다. 이미 사모펀드(PEF) 운용회사인 H&Q코리아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H&Q코리아가 녹십자 보유 지분을 매입하고 일동제약의 백기사 역할을 한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녹십자가 지분 매각을 원할 경우에만 실현이 가능하다. 녹십자 측은 “현재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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