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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하분주(濟河焚舟)' 자세로 신뢰 회복 원년으로 삼겠다"

박종오 기자I 2017.12.29 15:54:46

[신년사]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물을 건너며 탔던 배를 불태워 버리고 배수의 진을 친다는 ‘제하분주(濟河焚舟)’의 비장한 자세로 매사(每事)에 임해야만 합니다.”

최흥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이 배수의 진을 친다는 자세로 2018년을 금융감독원 신뢰 회복의 원년(元年)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29일 신년사를 통해 “금감원이 격랑에 휩싸인 시기”라며 “몇몇 잘못된 관행과 일부 임직원 일탈이 드러나며 외부로부터 공분을 사는 것은 물론, 국민 신뢰를 잃고 금융시장에서의 권위도 크게 실추됐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비록 지금은 조직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둠 속에서도 밝은 아침을 준비해야 한다”며 “금융시장과 금융 산업을 든든히 지켜낼 수 있는 강직한 ‘와치독(감시견)’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대규모 금융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거나 과열 양상이 보이는 분야를 사전에 예고해 관련된 사람이 신중하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가상화폐나 내년 6월 지방선거 관련 테마주, 조세피난처 외환 거래, 중고차 매매업 같은 보험 사기 취약 업종 등에 대한 감독강화를 예고 했다. 앞서 이달 금감원은 국외 매출, 사업 결합 회계 처리 등을 테마 감리 분야로 사전 예고한 바 있다. 이런 감독 대상을 가상화폐 등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불공정 거래나 회계 부정행위, 불법 외환 거래, 보험 사기 등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법 행위는 결코 용납해선 안 된다”며 “촘촘한 감시망을 가동해 이상 징후가 포착되는 즉시 기동력 있게 기획 검사와 조사·감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 원장은 “그동안 감독 행정은 금융회사의 건전성 제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금융 소비자 보호에 충분한 자원이 배분되지 않아 소비자 권익이 침해되곤 했다”면서 “전방위적인 금융 소비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조직을 재편하고 금융 소비자 권익을 높이는 데 역량을 총 결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회사 스스로 금융 소비자 중심의 영업 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면서도 “금융 소비자 권익 침해 대부분이 금융회사의 부당한 영업 행위에 기인하는 만큼 금융사 영업 행위에 대한 감독·검사 기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최 원장은 “그동안 금융권은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해 실물 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지원한다는 본연의 소임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며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쉽고 위험 부담이 적은 가계, 부동산 등에 자금을 집중적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금융회사의 경영 전략 및 평가·보상 체계, 금융사의 보수적 영업을 초래하는 과도한 감독 관행 등을 지목했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감사 등 독립적 견제 장치 강화,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최 원장은 “글로벌 유동성 축소 위험과 지정학적 위험이 병존해 우리 금융시장은 상당한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면서 “최근 자체 개발한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활용해 개별 금융회사 복원력과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해할 잠재 리스크에 선제 대응하고, 금융사 재무 건전성은 리스크 취약 분야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의 감독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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