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눈을 감아야 보이는 풍경…이호인 '해운대'

오현주 기자I 2022.07.22 12:10:01

2022년 작
추상으로 그려내는 도시의 밤시간
눈으로 보는 하나하나의 묘사보다
마음에 잡히는 뭉뚱그린 인상 뽑아
색·질감 응축한 '빛덩어리'에 집중

이호인 ‘해운대’(사진=아라리오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어둑한 배경에 굵고 길게 그어낸 선이 가득하다. 점점이 찍힌 원도 보이고 휘황하게 뭉쳐낸 덩어리도 시각을 건드린다. 경계도 없고 형체도 불분명한, 오로지 붓 가는 길에만 충실한 혼란한 화면. 그 아래 붙인 타이틀이 의외다. ‘해운대’(2022)란다.

작가 이호인(42)이 눈보다는 감각으로 포착한 풍경이다. 작가는 도시, 그중 밤시간을 그린다. 방식은 ‘추상’이다. 눈에 잡히는 하나하나의 묘사보다 마음에 잡히는 뭉뚱그린 인상을 뽑아내는 식. 시선이 닿는 지점이 뿜어내는 특징을 살리고, 작가만의 서정으로 걸러낸 상황을 덧입힌다.

말로는 꺼내놓기 어려운, 감정이 앞서나가는 전경을 묘사하기 위해 작가가 주목한 건 ‘빛’이란다.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색과 질감으로 응축한 빛의 덩어리에 보다 집중했다. 같은 야경이어도 예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추상화의 강도가 세진 거랄까. 어렴풋하게나마 분간할 순 있던 지형지물을 아예 밤 속에 묻어버렸다. 빠른 붓질은 여전하다. 날이 밝으면 이내 흩어져갈 풍경이어선지.

8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율곡로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서 왕선정·연진영과 여는 3인전 ‘저녁의 시간’에서 볼 수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확신할 수 없는, 저녁이란 시간을 닮은 부정확한 경계와 불분명한 상태를 표현한 작품들을 걸고 세웠다. 나무패널에 오일. 45.5×38㎝. 아라리오갤러리 제공.

이호인 ‘혜화’(2022), 나무패널에 오일, 45.5×38㎝(사진=아라리오갤러리)
왕선정 ‘홀리!’(Holy!·2022), 캔버스에 오일, 97×145㎝(사진=아라리오갤러리)
연진영 ‘파이프 체어’(2022), 알루미늄, 49×33×78㎝(사진=아라리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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