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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3월' 한진그룹, 창업주 100년·창립기념일·주주총회

이소현 기자I 2020.03.01 17:51:36

대한항공 창립기념일 3월 1일.."100년 향한 원년"
창업주 조중훈 100년..'수송보국' 창업이념 강조
그룹 정체성 강화..경영권 달린 주주총회 승리 공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한진그룹)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한진그룹이 그룹의 운명이 달린 3월을 맞았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는 물론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경영상황까지 더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리더십 역량을 발휘할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양호 회장이 작년 세상을 떠나고 조 회장이 총수 자리를 이어받은 뒤 처음으로 맞는 의미 있는 일정의 연속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창립기념일’(3월 1일)을 시작으로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탄생 100년’(1920년 3월 30일)을 맞아 수송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그룹 창업이념을 되새기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주총회’(3월 25일)에는 그룹의 명운이 달렸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이 주축인 주주연합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최대 과제가 놓여 있다.

◇코로나19에 온라인 창립기념식…위기 극복 주문

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창립 51주년(3월1일)을 맞아 오는 2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기념식을 취소했다. 대신 대한항공의 100년을 향한 원년이 되는 올해, 조 회장이 기념식 대신 온라인 영상 메시지를 띄우기로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애초 조 회장이 주재하는 임직원 동반산행 등 소통행사를 계획하기도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조촐하게 진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다수가 모이는 행사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조 회장은 창립 51주년 기념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총체적인 위기에 봉착하면서 임직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내용은 물론 안전운항에 힘쓰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건강 챙기기 등을 주문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벼랑 끝에 몰린 항공업계는 노선 운휴, 임원 사표, 임금 반납 등으로 자구책 마련이 한창이다. 조 회장은 경영난 속에서도 “임직원의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임금만큼은 보전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항공사 가운데 인위적인 인건비 감축이 없는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 대한항공은 재택근무와 사옥 외부인 출입 통제, 열화상 카메라 설치 등으로 코로나19 예방 수위를 높였다.

1989년 대한항공 B747 슈퍼점보기 1호기 도입식에서 고(故) 정석(靜石)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사진=한진그룹]
◇창업주 100년 ‘수송보국’ 강조…경영권 방어

국가적 재난 속에서 한진그룹은 창업주 탄생 100년을 맞아 수송보국 역량을 집중할 계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재계에서 삼성과 현대가(家) 등은 이병철과 정주영 창업주 100년을 기념해 업적과 철학을 되새기며 기념식과 사진전, 음악회, 학술회 등을 개최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틀로 삼은 바 있다.

모든 창업주 1세대들이 그렇듯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업적을 이뤘지만, 조중훈 회장처럼 ‘수송 외길’을 걸어온 이는 흔치 않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철저히 경계했고 모든 역량을 수송에만 집중했다. 트럭 한 대로 시작한 한진그룹을 육해공(陸海空)을 뒤덮는 종합운송 그룹, 10대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대규모 행사는 어렵겠지만,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함축한 수송보국을 통해 그룹 정체성을 되새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업 75주년을 맞은 한진그룹은 이윤창출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국가에 대한 기여까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조양호 회장 1주기(4월 8일)도 기념해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수송보국 창업이념은 2세 조양호 회장에 이어 3세 조원태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 회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호텔·레저사업을 정리하고, 그룹의 핵심사업인 항공·물류사업과 시너지가 나지 않는 부동산을 매각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영권 방어가 달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반기를 든 주주연합과 표 대결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대한항공의 사내 게시판에는 최근 ‘한진칼 주식 10주 사기 운동을 제안한다’는 글이 올라오며 차익 실현이 목적인 투기 세력에 맞서 임직원이 나서자는 의견 조성이 이뤄지는 등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진칼 주주명부가 지난해 12월 26일 폐쇄돼 이달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양측은 올 들어 잇따라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며 주총 이후를 내다보고 지분율 경쟁을 하고 있다. 조 회장 측 지분율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조 회장 일가(22.45%)와 델타항공(11%), 카카오(2% 추정), 대한항공 사우회(3.8%) 등이 확보한 지분을 더해 39.25%로 늘었다. 주주연합은 KCGI(17.29%), 반도건설(13.3%), 조 전 부사장(6.49%) 등이 37.08%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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