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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축포' 하루만에 엔저 '악몽'..또 박스권 갇히나

오희나 기자I 2013.05.10 15:22:55

코스피, 달러·엔 100엔 돌파로 1.7%이상 급락
자동차·철강·전기전자 등 수출株 타격 불가피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증시가 4년여만에 100엔대를 돌파한 달러-엔 환율에 또 발목이 잡혔다. 대규모 추경에 이은 전격적인 금리인하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축포를 터뜨린지 불과 하루만이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효과보다는 엔저에 따른 수출주 피해가 더 직접적이라는 점에서 증시 역시 당분간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했다.

1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4.70포인트(1.75%) 급락한 1944.75로 장을 마치면서 전날 상승폭을 그대로 반납했다. 달러-엔 환율이 2009년 4월14일 이후 4년만에 100엔을 돌파하면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코스피지수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엔화약세 우려가 재차 불거지면서 이 같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엔화약세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면서 국내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엔화약세에 따른 경기악화 우려로 증시가 다시 크게 떨어졌다”며 “추가로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당분간 지지부진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내년 말까지 예정돼 있어 당분간 엔화약세 기조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이상재 현대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2차 엔저현상으로 경기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올 하반기 달러-엔 환율이 추가로 20% 이상 오르며 120엔을 넘어서면 박스권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달러-엔 환율이 105엔선에서 안정을 되찾으면 초기 충격은 있겠지만 국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될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를 조기에 종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 팀장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된다면 엔화약세가 가속화되면서 국내 경기에 부담을 줄수 밖에 없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수요변수가 가격변수를 상쇄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론 엔저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부장은 “전날 달러-엔 약세는 미국의 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당장은 엔저현상이 부정적이지만 미국의 경제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이를 상쇄할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달러-엔 환율 100엔 돌파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주가가 조만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달러-엔이 100엔을 돌파한 것은 단기 오버슈팅으로 판단되며 단기 쏠림이나 과잉 현상으로 주가가 눌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100엔 돌파는 저항선을 뚫고 올라간 것인 만큼 달러-엔 환율이 추가로 상승한다면 시장은 박스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엔화약세로 일본과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만큼 수출주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는 얘기다.

이 부장은 “통신, 게임,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 등은 일부 수혜를 입겠지만 자동차, 전기전자, 철강, 기계, 화학 등의 수출주는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팀장은 “대부분의 기업이 엔화 약세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일본업체들과 가격경쟁을 하고 있는 자동차, 철강 등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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