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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집에 갈래" 위장결혼 불사하는 러시아군

이현정 기자I 2022.06.09 10:35:37

SBU, 러군의 위장결혼 시도 정황 담긴 도청파일 공개
"불가능한 방법까지 동원…러군의 절박함 보여줘"
열악한 처우 사례도 공개…"물·의복도 공급 안 돼"

[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사기가 저하된 러시아 군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장결혼까지 시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을 순찰하고 있는 러시아 병사. (사진=AFP)


8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은 페이스북을 통해 “도청으로 러시아 군인들이 전쟁에서 도망치기 위해 위장결혼을 시도하는 사례들을 파악했다”라고 밝히며 관련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한 러시아 군인은 통화에서 “러시아에 있는 친구에게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부탁했다”라며 “친구가 결혼을 이유 삼아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모든 군인이 돌아가기 위해 각종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공한 사례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최근 군인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탈영병이 늘면서 군인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허용된 본국 송환 조건은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 때와 가족이 사망했을 때로 제한돼 있으며 혼인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 SBU는 “통할 리 없는 위장결혼까지 시도하는 상황은 러시아 군인들의 절박한 현실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녹음파일 중에서는 러시아군의 열악한 환경을 언급하는 내용이 담긴 것도 있었다. 한 러시아 군인은 “요즘 날씨가 매우 더운데 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모두 지친 상태”라며 “심지어 어떤 군인은 겨울용 군복을 여전히 착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데일리메일은 군대 처우 문제를 고발하고 전투를 거부하는 러시아군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러시아의 전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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