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퇴진' 행사 이름 올린 민주화사업회 국고보조사업 전면 재검토...임원 해임

이연호 기자I 2023.09.05 13:30:00

행안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결과' 발표
14개 단체에 50회 걸쳐 보조금 중복 지원, 결격 민간 단체에 행사비 지원
서류 조작 등 회계 부정 행위, 개인 활동 부당 출장 처리, 임의 수의 계약 체결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정부가 지난 6월 정권 퇴진 문구가 포함된 광고를 한 단체 행사에 후원 단체로 이름을 올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국고보조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또 경영 책임이 있는 상임이사 등을 해임하는 것은 물론 보조금 등을 부실하게 집행한 담당자들에게도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의왕 청사. 사진=뉴시스.
행정안전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행안부 등 각 부처는 올해 상반기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해 일제 감사를 실시해 다수의 부정·비리를 적발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고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된 가운데 행안부는 지난 7월 3일부터 14일까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국고보조금 집행 실태 전반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행안부는 올해 제36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의 주최자에서 빠졌다. 이 기념식은 행안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리는데, 행안부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것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구호로 내건 행사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 단체로 이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행안부는 불참과 함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행안부는 5일, “감사 결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의 실현과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 단체와의 협력 사업에 있어서 행사 주최 단체 선정 및 관리를 소홀히 해 6·10항쟁 기념식 등 국가적 행사에서 기념식 취지가 왜곡되고 치우치는 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직접 발행하는 민주주의 연구보고서, 각종 자료집 등은 공공기관의 발행물로 균형있는 시각에서 서술해야 함에도 과격하고 편중된 내용을 수록하는 등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사업 취지와 목적을 벗어났다”며 “또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 운동,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운동 등을 공적으로 2022년 한국민주주의대상 수상자를 선정·시상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민간 단체에 지원한 협력 사업 예산 집행 실태를 점검한 결과,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14개 단체가 6·10항쟁 기념사업 등 동일?유사사업에 대해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총 24억원)받았는데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총 50회에 걸쳐 2억6000만 원을 중복하여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행안부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결격 민간 단체에 행사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일부 단체는 증빙 서류를 조작해 지원금을 수령하는 등 회계 부정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전혀 걸러내지 못하는 등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국고 보조금 관리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행안부에 따르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기타 조직·인력 관리, 계약 및 예산 집행 등 기관 운영 분야와 관련해 정부의 승인내용과 다르게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직제 반영 없이 임의로 조직을 운영하기도 했으며, 겸직 허가자의 근무 시간 내 개인적인 활동을 출장 처리하는 등 조직·인력을 부당하게 관리했다.

일반 경쟁 원칙을 위반해 임의로 특정 단체와 수의 계약을 체결하거나, 자체 수입을 이사회 의결이나 행안부 승인 없이 집행하는 등 예산 집행도 부적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는 이번 감사 결과 적발된 위법·부당 사항에 대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지도·감독하는 부서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국고보조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구조조정하라고 지시했다. 경영 책임이 있는 상임이사 등을 엄중 문책(해임)하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는 보조금을 부실하게 관리해 예산을 낭비하고 승인 범위를 벗어나 조직·인력을 부당하게 운영한 담당자에 대해서는 문책(징계 6명)하고 지원금 부당 수령 및 허위 증빙 서류 제출 등 회계 부정 행위에 대해 지원금의 환수 및 사업 참여 제한 등 대책을 마련할 것과 복무 관리 소홀 및 부당한 수의 계약 등의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 또는 경고 조치했다.

이 밖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중복 수령하거나 허위 증빙을 제출해 보조금 등을 부당 수령한 민간 단체 관련 자료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고 시도 감사 부서에서 지방보조금 집행 실태를 철저히 감사하도록 한 후 지방보조금법 등에 따라 강력히 제재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면서 민주화운동 기념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곳은 예외없이 철저히 관리해 국고보조금 등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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