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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동산 내로남불…‘투기와의 전쟁’ 신뢰 흔들

신수정 기자I 2021.06.28 10:53:09

LH투기 사태 중 ‘54억 빚투’ 김기표 의혹
부동산 내로남불에 규제 명분·신뢰 하락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김기표 대통령반부패비서관을 사실상 경질했다. 청와대 참모진의 ‘부동산 내로남불’이 반복되면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의 명분과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왼쪽)과 김오수 검찰총장(오른쪽).(사진=연합뉴스)
LH투기 사태 중 ‘54억 빚투’ 김기표 의혹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던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이틀 만이다.

전자관보에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 현황에 따르면 김기표 대통령 반부패비서관은 본인 명의로 경기 광주시 송정동에 ‘맹지(盲地)’인 임야 2필지(1578㎡ 4907만원)를 신고했다. 김 비서관이 2017년 6월 이 땅을 사들인 뒤 1년여 만인 2018년 8월 경기도가 이 땅 부근에 대규모 주거단지와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하는 개발 계획을 승인했다.

김 비서관이 2019년 임야에서 대지로 지목 변경을 한 다른 토지를 재산 신고에서 누락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비서관이 신고한 임야 2필지는 송정동에 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김 비서관은 이 땅과 붙어 있는 대지(1361㎡)도 소유하고 있다. 김 비서관은 신고한 부동산 91억 2623만원 가운데 부채가 54억 6441만원에 달해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 투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 비서관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투기 의혹을 부인하며 “광주의 해당 토지 등은 모두 신속히 처분하고자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론에서 해당 토지가 광주 송정지구와 인접해 부동산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 등 투기 목적의 취득인것 처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해당 토지는 광주시 도시계획조례(50미터 표고 이상 개발 불가)로 인해 도로가 개설되더라도 그 어떤 개발 행위도 불가능한 지역으로, 송정지구 개발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김 비서관의 입장 발표에도 청와대는 신속하게 거취를 정리했다. 문 대통령이 김 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한 배경에 대해선 “본인(김 비서관) 해명도 있었지만, 그 설명이 국민 눈높이에 납득할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당연히 인사권자로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에 부합한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부동산 내로남불에 규제 명분·신뢰 하락

정치권에선 청와대 참모진의 부동산 잔혹사가 잊을만하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본인 소유의 강남 아파트 전세계약을 갱신하며 전세 보증금을 14.1% 올려 논란이 일자 지난 3월 사의를 표했다.

김 전 실장은 2021년 정기재산변동 신고 때 본인과 배우자 공동 명의의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아파트 임대보증금을 8억 5000만원에서 1억 2000만원 오른 9억 7000만원으로 신고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 확인된 해당 전세의 계약일은 7월29일이다. 국회는 지난해 7월30일 본회의에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임대차 3법을 처리했고, 이는 7월31일 국무회의를 거쳐 즉시 시행됐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근무 시절 서울 흑석동 재개발 건물을 사들여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8년 청와대 대변인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 서울 흑석동 25억7000만원 상당 상가건물을 10억원의 대출을 ‘영끌’해 매입한 게 확인되면서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지난해 8월 다주택 논란으로 청와대를 떠났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갤러리아팰리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신아파트 등 두채를 보유하고 있던 김 전 수석은 당시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를 처분키로 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고위직 참모들에게 이달 안으로 실거주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하면서다. 하지만 김 전 수석은 시세보다 2억원 이상 비싸게 내놨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좋지 않았고 결국 김 전 수석은 사의를 표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청와대 주요 참모진의 부동산 의혹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LH사태와 관련해 “부동산부패는 반드시 청산하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과 불법 투기의 근원을 차단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혁을 완결짓겠다”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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