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경매서 '0' 하나 잘못썼다가‥수천만원 날린 사연

장순원 기자I 2021.09.14 11:02:07

감정가 3억원 낡은 빌라 30억원에 낙찰
낙찰 포기하면 2800만원 경매보증금 날려
'0' 하나 잘못적은 실수‥올 들어서만 20건
실수 명백해도 구제 어려워..대부분 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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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서울 북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강북구 우이동의 한 빌라가 3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빌라의 감정가격은 3억5200만원 정도다. 낙찰자는 감정가격의 10배나 높은 가격에 빌라를 구매한 셈이다. 이 빌라는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데다, 북한산 바로 밑 1종주거지역에 있어 재건축도 쉽지 않은 곳이다. 이미 한차례 유찰된 기록도 있다. 경매업계에서는 입찰자가 입찰가격을 적어내면서 자릿수를 헷갈려 ‘0’을 하나 더 붙여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낙찰자가 낙찰을 포기하면 최저입찰가의 10%인 약 2800만원의 경매보증금을 날려야 한다는 점이다.

우이동 구축빌라 경매로 31억원에 팔린 사연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런 사례처럼 실전 경매에서 입찰가격 기입 실수로 보증금을 포기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경매초보라면 가격을 적을 때 매우 신중을 기해야 애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13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매각가율 1000% 이상의 경매물건 수는 총 20건으로 집계됐다. 매각가율은 경매에서 감정가에 대해 실제 낙찰된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매각가율이 1000%가 넘는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뜻이다. 이런 경매건은 대부분 실수로 숫자를 잘못 기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지나치게 높은 낙찰금액을 감당하지 못해 보증금 포기로 이어진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앞에서 게시물을 살피고 있는 응찰 예정자들(사진=연합뉴스)
올 한해 매각가율 1000% 이상 경매 낙찰건으로 몰수된 경매 보증금은 1억원이 조금 넘는다. 지난 2017년 48건, 2018년 38건, 2019년 26건 작년 34건이 발생했는데, 한해 많게는 5억~6억원 가량은 ‘0’ 하나를 잘못 써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경매 절차가 100% 수기로 진행되는데다, 한글이 아닌 숫자를 기입하다 보니 잠시 방심하면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기입실수 외에도 낙찰된 후 경매계약을 포기하거나 잔금을 내지 않아 보증금을 몰수당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낙찰자가 사전에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할 때가 많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줄 모르고 낙찰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출을 구하지 못해 잔금 납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매과정에서 실수가 명백하다 해도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응찰자가 법원에 ‘매각불허가’를 요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십여 년 전 대법원이 입찰표를 잘 못 써낸 것을 매각불허가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뒤부터 대부분은 보증금을 몰수당한다.

법원 입장에서는 입찰을 방해하려 일부러 입찰가를 잘 못 써내는 경우를 포함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는 수기로 작성해 낙찰받는 공법상 행위”라며 “낙찰자가 실수라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신중하게 경매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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