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북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서 강북구 우이동의 한 빌라가 3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이 빌라의 감정가격은 3억5200만원 정도다. 낙찰자는 감정가격의 10배나 높은 가격에 빌라를 구매한 셈이다. 이 빌라는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된데다, 북한산 바로 밑 1종주거지역에 있어 재건축도 쉽지 않은 곳이다. 이미 한차례 유찰된 기록도 있다. 경매업계에서는 입찰자가 입찰가격을 적어내면서 자릿수를 헷갈려 ‘0’을 하나 더 붙여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을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낙찰자가 낙찰을 포기하면 최저입찰가의 10%인 약 2800만원의 경매보증금을 날려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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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매각가율 1000% 이상의 경매물건 수는 총 20건으로 집계됐다. 매각가율은 경매에서 감정가에 대해 실제 낙찰된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매각가율이 1000%가 넘는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뜻이다. 이런 경매건은 대부분 실수로 숫자를 잘못 기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지나치게 높은 낙찰금액을 감당하지 못해 보증금 포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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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경매 절차가 100% 수기로 진행되는데다, 한글이 아닌 숫자를 기입하다 보니 잠시 방심하면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기입실수 외에도 낙찰된 후 경매계약을 포기하거나 잔금을 내지 않아 보증금을 몰수당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낙찰자가 사전에 권리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할 때가 많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줄 모르고 낙찰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출을 구하지 못해 잔금 납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매과정에서 실수가 명백하다 해도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응찰자가 법원에 ‘매각불허가’를 요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십여 년 전 대법원이 입찰표를 잘 못 써낸 것을 매각불허가 사유로 인정하지 않은 뒤부터 대부분은 보증금을 몰수당한다.
법원 입장에서는 입찰을 방해하려 일부러 입찰가를 잘 못 써내는 경우를 포함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는 수기로 작성해 낙찰받는 공법상 행위”라며 “낙찰자가 실수라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신중하게 경매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