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이준기의 미국in]의료혁신 서막? 제 배 불리기?…美제약사 '백신 잭팟' 논란

이준기 기자I 2020.12.13 20:00:00

CNN "화이자·모더나, 내년 35조원 이상 매출 거둘 것"
월가 '의료혁신 동기 부여' Vs 진보 측 '코로나로 폭리'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 납세자들의 많은 보조와 지원을 받아온 백신을 이용해 엄청난 사유재산을 모으는 격이다.”(진보적 감시단체 어카운터블 US의 대변인 일라이 주프닉) Vs “모더나·화이자에 다가올 수익은 향후 의료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동기를 부여할 것이다.”(투자은행 니덤의 애널리스트 앨런 카)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들이 내년 엄청난 매출을 일으킬 것이라는 미 월가(街)의 관측이 나오면서 논란이 한창이다. 미국 내에서만 이미 30만명 가까이가 목숨을 잃은 가운데 백신 개발업체들이 제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일각에선 ‘의료혁신의 기틀을 다지는 데 활용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향후 논란은 더욱 불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화이자 190억달러·모더나 132억달러 ‘매출’

12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미 제약사 화이자·모더나는 내년 백신 매출로만 320억달러(약 35조9000억원)를 거둘 것이라고 월가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화이자의 백신 매출 규모를 190억달러로 예상했다. 올해 백신 관련 매출(9억7500만달러)의 20배를 훌쩍 넘는 규모다. 후년과 2023년에도 코로나 백신 접종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추가로 9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백신 매출은 공동개발업체인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나눠 갖게 되지만, 천문학적 숫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골드만삭스는 코로나 19 팬데믹(대유행) 전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모더나 역시 내년 132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모더나의 매출은 고작 6000만달러 수준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올해 주가가 700% 가까이 상승하며 시가총액은 620억달러로 불어나는 등 드디어 백신 강호의 대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두 업체의 업적은 무시할 수 없다. 코로나19발(發)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항공사·호텔·카지노·레스토랑 등 실물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이는 팬데믹 국면에서 탈선한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을 재취업의 길로 안내할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사진=AFP
◇실물경제 도움되나…‘폭리 취한다’ 지적도


일각에선 전 세계 160만명 이상, 미국에서만 30만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상황에서 두 업체가 막대한 수익을 ‘나 홀로’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백신 개발업체인 미국 존슨앤존슨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백신 판매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과 대비된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모더나의 경우 연구·개발 명목으로 연방정부로부터 9억5500만 달러를 지원받은 바 있다. 화이자는 지원을 받지는 않았으나 첫 1억회분 투여에 19억5000만달러를 받기로 연방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는 화이자에 ‘수익성 보장’이라는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했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총 1만9000주(174만달러어치)의 자사 주식을 처분, 팬데믹을 이용해 곧바로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 역시 같은 달 자사 주식 13만2508주(556만달러어치)에 매각했었다. 이들 CEO는 당시 “고위 임원의 주식 매각은 아무리 절차에 따랐다고 해도 어느 정도 냉각기간이 필요하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인 제이 클레이턴의 꾸지람을 받은 바 있다.

미국 내 감시단체인 어카운터블 US가 “화이자·모더나 같은 제약사들이 폭리를 취하는 건 절대적으로 잘못된 일”(일라이 주프닉 대변인)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배경이다. 이에 두 회사 모두 CNN방송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 전쟁

- [속보]코로나19 백신 2차 신규 접종자 10.7만명, 누적 77.6% - 모더나 백신, 젊은 남성 심근염 위험 화이자의 5배 - 강기윤 의원 “코로나 백신 이상반응 지원 위해 2470억원 증액 필요”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