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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행적’ 인정돼 훈장 빼앗긴 인촌 김성수…대법 “정당”

박정수 기자I 2024.04.12 11:31:24

대통령장 받은 뒤 친일행적 인정돼 서훈 박탈
유족, 처분 취소소송 제기…1·2심 모두 패소
“심사 당시 밝혀졌다면 서훈 인정할 수 없어”
대법, 상고 기각…“원심 판단 정당”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독립유공자로 인정됐다가 일제강점기 일부 친일행적이 밝혀지면서 서훈을 박탈당한 인촌(仁村) 김성수(1891~1955) 측 유족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인촌 김성수 (사진=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12일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인촌의 증손자인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과 재단법인 인촌기념회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서훈 취소 결정처분 취소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인촌은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고려대학교 전신인 보성전문학교를 설립한 공로를 인정받아 1962년 건국공로훈장(대통령장)을 받았다.

그러나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인촌이 친일 반민족행위를 했다는 결정을 내렸다. 전국 일간지에 일제 징병·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친일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후손인 김 이사장과 인촌기념회는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친일 반민족행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도 인촌의 일부 행적이 친일행위라는 점을 2017년 인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정부는 대법원 확정 판결을 근거로 인촌이 받았던 서훈의 취소를 결정했다. 김 이사장과 인촌기념회는 이에 대해서도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인촌의 친일 행적으로 거론된 행위가 왜곡·날조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해방 후 인촌의 공적을 고려할 때 서훈 취소 결정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기각됐다.

2심 재판부는 “망인의 친일행적은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로서 이후 새로 밝혀졌고, 망인의 친일행적이 서훈 심사 당시 밝혀졌더라면 당초 조사된 공적사실과 새로 밝혀진 친일행적을 전체적으로 평가했을 때 망인의 행적을 그 서훈에 관한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뚜렷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구 상훈법 제8조 제1항 제1호의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하고, 이 사건 서훈취소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날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수긍했다. 대법원은 “망인의 해방 이후 공적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서훈 취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와 같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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