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빌 게이츠가 극찬 '모뉴엘' 법정관리 신청.. 무슨 일이?

박철근 기자I 2014.10.22 11:06:43

20일 극비리에 법정관리 신청…배경 두고 의혹 증폭
박홍석 대표·원덕연 부사장 갈등… 원 부사장 9월 퇴사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혁신기업으로 극찬했던 로봇청소기 제조업체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2일 모뉴엘은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모뉴엘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에 관해서는 사내 극소수 인원만이 알 정도로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도 언론 보도를 보고 법정관리 소식을 접해 매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자회사와 협력업체 등에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 수출대금 미회수로 자금난…분식회계 의혹도

연매출 1조원, 영업이익 1100억원으로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는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사실에 회사 내부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뉴엘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올해 여름부터 회사 자금사정이 좋지 않다는 얘기는 있었다”면서도 “기업 자금상황이라는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이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모뉴엘이 수출 대금을 제때 회수하지 못해 자금난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 비중이 80%에 이르는 특성상 수출 대금 회수가 제때 이뤄져야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다.

정상적으로 자금 회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산업은행, 농협은행 등에 갚아야 할 5000억원대의 채권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모뉴엘이 해외 수출 규모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가공 매출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현재 모뉴엘과 자회사 잘만테크(090120)의 분식회계 관련 제보를 받고 감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홍석 모뉴엘 대표이사. 모뉴엘 제공
◇ 대표이사·창업자 갈등 속 창업자 9월 퇴사

일각에서는 박홍석 대표이사와 모뉴엘 창업자인 원덕연 부사장의 갈등이 이번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모뉴엘은 박 대표가 경영총괄과 재무, 투자 등을 담당하고 원 부사장이 마케팅, 연구?개발(R&D), 영업, 디자인 등의 업무를 총괄했다.

하지만 지난 7월 단행된 조직개편에서 원 부사장에게 제품개발 역할만 부여하고 나머지 업무에 대한 권한을 박 대표가 모두 갖도록 했다.

사실상 원 부사장의 역할이 없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이 커지면서 원 부사장은 지난달 퇴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뉴엘 제품의 혁신성을 인정받은 데에는 원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며 “원 부사장의 퇴사로 모뉴엘의 혁신 동력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 빌 게이츠 덕에 유명세.. 모뉴엘은 어떤 회사

모뉴엘은 지난 2007년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빌 게이츠 MS 창업자가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고 지목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후 CES와 유럽 가전 전시회 ‘IFA’에도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 대외 인지도를 높였다. 올해 CES에서도 5개 제품이 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기술과 디자인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로봇청소기 ‘클링클링‘뿐만 아니라 홈시어터 PC를 주력제품으로 판매하면서 지난해 창업 10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11년 7월에는 PC 주변기기 전문기업 ‘잘만테크’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4월에는 일본 3대 오디오 가전기업 ‘온쿄’와의 합작법인 ‘모뉴엘온쿄라이프스타일(MOL)’를 설립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이달 초에는 SK텔레콤(017670)이 추진하는 스마트홈 사업의 파트너로 선정돼 SK텔레콤의 스마트홈 서비스 가운데 이동통신기술을 적용한 로봇청소기 서비스를 준비 중이었다.



▶ 관련기사 ◀
☞[특징주]잘만테크, 下..모뉴엘 법정관리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