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부동산]거래는 팔팔, 집값은 잠잠…진짜 이유는?

박종오 기자I 2015.05.20 11: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집이 불티나게 팔린다는데 왜 집값은 꿈쩍도 않나요?”

요즘 ‘X월 주택 거래 역대 최대’, ‘아파트 거래량 사상 최다’ 같은 기사 제목을 보고 흔히 떠올리는 질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100만 5173건으로 2006년(108만 2453건) 이후 8년 만에 가장 많았다. 그런데 전국 집값은 1.7% 오르는 데 그쳤다. 2006년 한 해 동안 11.6%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많은 전문가는 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주택시장이 투자가 아닌 실제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거래가 늘어도 가격 변동이 없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그 사이 주택 수가 많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시장의 덩치가 커졌으므로 거래량 절댓값이 같다고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거래가 활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주택 거래율과 집값 상승률 추이 [자료=주택산업연구원]
20일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주택 매매 거래 100만 건과 주택가격’ 연구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주택 거래율(전체 주택 수 대비 매매 거래량 비율)은 6.3%로 2006년(8%)보다 소폭 줄었다. 전국에 집이 100채라면 2006년에는 8채가 매매로 거래됐지만, 작년은 6.3채로 그 비중이 감소했다는 뜻이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감소 폭이 컸다. 서울의 주택 거래율은 이 기간 11.2%에서 5.4%로 5.8%포인트,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11.7%에서 6.4%로 5.3%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지방 광역시는 지난해 7.6%로 2006년(6.5%)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주택 거래율을 보면 지난해 주택 시장은 2006년이 아니라 2009년과 상황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단순 매매 거래량이 아닌 전체 주택 중 거래 비중을 따져보면 지난해 거래가 2006년만큼 많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국 주택 거래율이 6%로 작년과 유사했던 2009년에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매매 패턴도 2006년과는 확연히 달랐다. 작년 전체 주택 매매 거래량 중 서울·수도권 거래 비중은 46%로 2006년(64.5%)보다 18.5%포인트 줄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타지에 집을 산 비율도 2006년(8.2%)보다 2.9%포인트 감소한 전체의 5.3%에 불과했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투자 심리가 꺾여 시세 차익을 노린 외지인의 주택 구매가 줄어든 것이다. 거래가 집값 상승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원인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거래 증가가 가격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시장 활황기보다 30~40% 줄어든 상황”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인 3% 수준으로 집값이 오르려면 주택 거래는 약 120만 건 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예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