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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간 10m도 못 나갔다…세월호 선체수색 '진퇴양난'

이승현 기자I 2017.04.23 16:08:58

수색팀, 4층객실서 손으로 펄·유류품 퍼내는 작업 지속
더딘 진행에 화물수색도 미정…'3개월내 완료' 어려울 듯
객실외벽 전부 절개·진출입로 추가 등 모두 한계있어
해수부·선조위·코쌀, 대안 합의도 쉽지 않아

23일로 세월호 선체내부 수색을 한 지 엿새째가 됐지만 작업자들은 손으로 펄과 유류품을 일일이 퍼내며 극도로 더진 진행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선체수색팀(코리아 쌀베지 작업자들)이 넒어진 진출입구(대형구멍)를 통해 자동판매기를 꺼내는 모습.(사진=해양수산부)
[목포=이데일리 이승현 윤여진 기자] 23일로 세월호 선체내부 수색을 한 지 엿새째가 됐지만 작업자들이 비좁은 내부에서 손으로 펄과 유류품을 수거하는 탓에 극도로 더딘 진행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방식으론 3개월 내 완료를 목표한 당초 수색작업의 한계가 역력하지만 취약한 선체 탓에 대형절개 등의 적용도 쉽지만은 않아 현장수습본부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람이 좌현으로 누워있는 배에 직접 들어가 수색을 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내부에 펄의 양과 지장물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수색 장기화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층 객실서 수작업 지속 …화물조사 엄두도 못 내

세월호 현장수색팀(코리아 쌀베지 직원)은 지난 18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단원고 학생들이 머문 4층 객실(A데크)의 선수부분을 집중 수색했다. 수색팀은 선수 부부에 마련한 3개의 진출입구(대형 구멍)을 통해 내부에 들어가 구조물과 집기류, 유류품 등을 꺼내 나온다.

내부작업 현장을 담은 폐쇄회로(CC)TV를 보면 작업자 2~3명이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운 사실상의 폐쇄공간에서 맨손과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펄을 퍼내 양동이에 담아 배출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자들은 약 1m 높이의 펄이 딱딱하게 굳은 탓에 모종삽을 사용하지 못하고 일일이 손으로 퍼내서 양동이에 담아 외부로 빼내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에 1~2m 전진에 그치고 6일간 10m를 채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수색작업이 더딘 데도 옷과 신발, 가방, 화장품 등 유류품은 매일 수십점씩 나오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스마트폰 5대와 디지털카메라 1대가 나왔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참사당시 상황을 담을 가능성이 높은 이들 기기를 확보해 디지털영상장치 복원업체에 맡기고 있지만 복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창준 선조위원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복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현장수색팀은 이런 가운데 이르면 24일부터 일반인 승객이 있던 3층 객실에 진출입구를 마련해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작업자가 일일이 지장물을 제거하고 펄과 유류품을 꺼내는 현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4층 객실 한 곳에 대한 내부수색이 엿새째 사실상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화물조사 등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진상규명을 위한 핵심지역인 조타실(선교)과 타기실, 기관실, 화물창 등에 대한 물리적 접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사고 당시 상황이 담겨 있을 1·2층 화물칸의 차량 블랙박스와 선체 CCTV를 확보려는 노력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에 지난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해수와 선체조사위, 코리아 쌀베지가 (신속한 수습을 위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분 절개·전부 절개 여의치 않아 “선체내부 정보 없어”

문제는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코리아 쌀베지 측은 작업속도를 높이기 위해 4층 객실의 외벽을 선수에서 선미까지 모두 절개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선체조사위가 반대했다. 선체의 우현(윗 부분)이 바닥 쪽으로 7도 가량 기울어진 상태에서 가장 밑부분을 전부 절개하면 배가 더 기울어 하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코리아 쌀베지 측은 지난 9일 선체의 90도 회전거치 과정에서 발생한 뒤틀림과 휨 등 변형이 계속되자 계측기를 설치해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선체변형을 막기 위해 H빔(보강장치)을 설치하는 선체 보강작업 계획을 내부적으로 확정, 다음주 중 선조위에 제안할 계획이다.

해수부가 원래 계획했던 3·4층 객실부분 분리 및 직립방식은 선체 사전보강 작업과 육상크레인을 이용한 분리작업에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 난제다. 이미 이 방법은 선체의 온전한 보존을 해친다는 의견에 부닥쳐 철회된 상태다.

선조위는 대신 4층 객실의 선수와 선미 사이에 진출입로를 더 많이 더 크게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방법은 작업자의 수와 작업 공간을 늘리는 수준일 뿐 현재의 수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현장수습본부는 인양 및 거치 과정에서 내부 펄과 화물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선체 무게를 몇 번의 측정 오류를 거쳐 1만 3462t에서 1만 7000t으로 바꿨다. 세월호 내부상황은 현장 작업자들이 일일이 확인하면서 지금에서야 파악하는 수준이다.

해양수산부는 이에 대해 코리아 쌀베지와 선조위, 미수습자 가족이 대안을 마련하면 안전성에 문제없을 경우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관게자는 “우리가 안을 제시하면 은폐 의혹 등을 살 수 있다”며 “특정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세월호 선체 내부수색 첫날인 지난 18일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좌현 선수 부분에 들어갔던 현장수습본부 수색팀이 사고 당시 탑승객의 가방으로 추정되는 유류품을 갖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월호 선체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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