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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꿀 빨았지? 증원 당해봐” 변호사 글에 ‘좋아요’

이준혁 기자I 2023.10.18 10:08:50
[이데일리 이준혁 기자] 정부가 2025년 입시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한 변호사가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이 이목을 모으고 있다.

2020년 8월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정부의 의과대학 중원 확대 등을 반대하는 피켓 위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의사 형들 증원 맛 좀 보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은 18일 현재 1000개에 가까운 좋아요와 댓글이 달렸다.

변호사 A씨는 “우리도 배출 정원이 1000명에서 1700명으로 증원된 지 12년 됐다”면서 “금전적으로는 상위권 대기업 사무직이랑 별 차이 안 날 만큼 먹고 살지 팍팍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법률서비스 접근성은 어마어마하게 좋아져서 이제 간단한 법률 상담이나 소송 위임은 염가에 가능하다”며 “중견이나 중소기업도 사내 변호사를 뽑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사법고시 시절과 현재 법률 서비스의 질을 비교하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그는 “사법시험 변호사 중에서도 기본적 법리도 이해 못 하고 서면을 개판으로 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면서 “변호사 시험 출신 중에서도 똑똑한 애들은 진짜 똑똑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전문직 증원을 두고 “아예 그 직업의 하방을 삭제해 버리는 파멸적 수준이 아닌 이상 무조건 서비스 수요자들에게 이득이라고 본다”면서 “(의사들) 그동안 꿀 많이 빨았잖냐. 한잔 해”라고 적었다.

또한 A씨는 “중범죄자 (의사) 면허 박탈은 도대체 왜 안 되는 거냐”라며 “우리는 음주 단속에만 걸려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자격 정지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이 글을 본 한 약사는 “약사도 1200명에서 2000명으로 증원됐는데, 심야 약국 증가와 일반 약 가격 상승 억제 등 (이득이) 소비자한테 돌아갔다”며 공감했다.

다만 자신을 의사라고 인증한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나만 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 소름 끼친다”라며 “배 많이 아프셨나 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변호사도 더 늘려서 연 최소 4000명, 간호사는 4만명 공무원은 40만명씩 생산해서 전 국민 다 취업시킵시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의사 수 부족은 회피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증원 역시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의사 수 증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의과대학 정원 확대 강행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의사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정부가 의대 증원 방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할 경우 14만 의사와 2만 의대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한 강력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회장은 “정부와 일부 편향된 학자들은 의대 정원 증원만이 해결책인 양 제시하며 의료계와 아무런 논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41대 집행부는 전원 사퇴할 각오로 강경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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