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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권력다툼…글로벌 금융·투자 업계에 '나비효과'

방성훈 기자I 2017.11.06 10:32:46
알왈리드 빈 탈랄(왼쪽)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와 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AFP PHOTO)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의 변혁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반(反)부패 개혁을 빌미로 중동 최대 부호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체포해서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전날 모하메드 왕세자가 체포·구금한 알왈리드 왕자와 전·현직 장관들, 수많은 기업가들이 모두 왕세자의 개혁 운동을 탐탁치 않게 여기거나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이었다고 보도했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향후 국왕에 오를 경우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인물들이란 얘기다.

이 중 알왈리드 왕자는 블룸버그 집계 결과 190억달러(약 21조원) 자산을 보유, 세계에서 50번째로 부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킹덤홀딩스를 보유한 알왈리드 왕자는 부동산부터 금융, IT·테크, 엔터테인먼트, 호텔, 석유·화학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세계 각지에 투자를 해 왔으며, 투자 규모가 너무 커서 중동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기도 한다. NYT는 알왈리드 왕자에 대해 씨티그룹, 트위터(4.9%), 21세기폭스(4.98%), 애플(5%), 리프트(5.3%), 아코르호텔(5.8%), 포시즌호텔그룹 등 수많은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빌 게이츠, 루퍼트 머독, 마이클 블룸버그 등 세계 최대 거부들과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해 온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알왈리드 왕자는 지난 달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회장과 사우디 리야드에서 만난 뒤 방크 사우디 프란시의 지분 16%를 인수했는데, 이 거래엔 골드만삭스도 참여했다. 앞서 3월엔 10년 만에 사우디 은행업 라이선스를 재취득한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뱃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아코르호텔그룹 이사회에 영입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이후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을 자료로 배포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체포된 뒤 알왈리드 왕자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들은 물론, 그가 추진하려거나 추진 중이던 투자들마저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외신들은 전망했다. 특히 그가 세간으로부터 주목받는 걸 즐기는 등 목소리를 크게 내는 주주 및 투자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영향도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왈리드 왕자는 최근 들어 애플, 스냅챗 등 실리콘 밸리 거대 IT기업들과 중국계 JD닷컴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에도 관심을 보여 왔다. NYT는 “알왈리드 왕자는 월가에서도 가장 저명한 은행 및 투자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면서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중요한 투자자 한 명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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