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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값 말고 경비원에도 관심달라…초단기계약 없애야”

김미영 기자I 2023.03.17 12:38:32

‘경비원 사망’ 강남 대치 아파트 앞 기자회견
“3개월 계약, 파리목숨 강요…갑질의 원인”
추모 현수막 철거에 “동료 추모도 못하나”
“아파트 노동현장에 위법·부당 만연…근로감독해야”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김영은 수습기자] “아파트에 사는 국민 여러분, 아파트 시세변동에만 관심 갖지 마시고 여러분의 안정과 편의를 위해 일하는 60~70대 노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도 관심을 가져주십시오.”

관리소장의 ‘갑질’로 힘들단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70대 경비노동자가 일하던 서울 강남 대치동의 아파트단지 앞에서 17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아파트경비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가 주최한 회견에서 참가자들은 ‘갑질근절’과 가해자처벌, 재방방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경비원 사망사고가 난 서울 강남 대치동 한 아파트단지 앞 17일 추모 기자회견(사진=김영은 수습기자)
정의헌 아파트경비노동자 전국사업단장은 “여기 모인 저희 동년배 아파트 노동자들은 고인의 그 억울한 심경을 뼛속깊이 이해하기에 목놓아 울고 싶다”며 “대한민국 아파트주민들이 고인 죽음이 헛되지 않게,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정 단장은 “노동자를 하찮게 여기고 무시하는 갑질 세력을 타파하고, 파리목숨을 강요하는 3개월 초단기 단기계약의 족쇄를 끊어야 한다”며 “일하는 노인을 무시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14일 이 아파트 경비원 박모(74)씨는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동료들에게 보낸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아파트에서 11년을 일한 박씨는 최근 경비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되는 등 지난해 말 부임한 관리소장의 갑질에 고통스럽단 호소를 한 걸로 전해졌다.

사망 사건 후 이 아파트엔 ‘관리소장과 입대의(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갑질로 경비원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 사망했다. 경비원, 미화원 일동’이라 적힌 추모 현수막이 걸렸으나 사흘만에 주민들의 항의로 철거됐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 경비반장 이모씨는 회견에서 “우리도 사람인데 경비복만 입으면 사람 아닌 취급을 받는다”며 “집값 떨어진다고 항의해 추모 현수막을 철거했다니 경비원에겐 동료를 추모할 자격도 없나”라고 반문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연구원은 “3개월 근로계약이 법 위반은 아니나 입주민의 갑질, 관리자 갑질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짧게 계약을 맺고 해지를 무기삼아 부당한 요구를 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연구원은 “많은 아파트단지에선 굉장히 위법하거나 부당한 노무관리 방식이 만연하다”며 “고용노동부가 이 단지만이 아니라 아파트 노동현장 전반을 근로감독하고 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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