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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 대한 비난 마음에 걸려"...사장님들은 싸늘했다

박지혜 기자I 2024.03.20 10:21:19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일본풍 주점을 “매국노”라고 표현한 양궁 선수 안산(23·광주은행) 씨를 고소한 이종민 자영업연대 대표에 일부 자영업자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오후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안산 선수를 고소한 것에 대해 저희가 의도한 바와 다르게 좌와 우로 나뉘어 서로 헐뜯고 해묵은 페미(페미니스트) 논란으로 시끄러운 부분에 우선 유감을 표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안산 선수에 대해 마녀사냥식으로 댓글을 작성하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안다. 이는 저희가 바라는 점이 아님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싶다”며 “고소를 진행하며 이러한 부분을 염려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하는 분도 있을 듯한데,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안산 선수의 발언은 과거 광우병 파동과 같이 선량한 자영업자에게 무분별한 피해를 양산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며 매국노라는 표현을 작성할 때 자영업자가 입게 될 피해는 고려해봤는지 안산 선수에게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산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익명에 가려진 배달 사장에 대한 악성 리뷰와 그동안 자영업자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강행했던 민주노총과 같이 우리 사회의 시선에는 자영업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안산 선수가 매국노라는 표현 대신 아직 우리 민족의 어딘가에 일제 치하의 시대적 아픔이 존재하는데 마치 모두 잊은 것처럼 거리에는 일본어 간판이 난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해줬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논란이 있었을까?”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안 씨가) 다소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심심한 사과의 글을 올려주면 바로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안산 선수에 대한 지나친 비난이 마음에 걸려 장문의 글을 남기게 됐다”며 “미숙한 부분이 있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양궁 선수 안산 씨가 지난 16일 SNS에 올린 게시물 (사진=뉴시스, 인스타그램)
이러한 이 대표 글에 일부 자영업자는 “당신이 뭔데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단체처럼 행동하는가”, “모든 자영업자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동의한 적 없다”, “안산 선수 응원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한 누리꾼은 “이번 문제는 일본풍에 메뉴판도 ‘원’이 아닌 ‘엔’으로 게시하면서 한국어 하나 없고 내선일체 포스터 등으로 도배를 한 가게가 맞냐, 아니냐의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싸움이었다. 이게 어떻게 자영업자의 피해라고 생각할까? 오히려 당사자가 고소를 진행하면 본인의 가게니까 그럴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을 모두 대표하는 것처럼 자영업연대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에서 고소할 일이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시민단체 활동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3관왕인 안 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국제선 출국(일본행)’이라고 일본식 한자로 적힌 전광판 사진을 올리며 “한국에 매국노 왜 이렇게 많냐”고 적었다.

이 전광판은 광주 광산구의 한 쇼핑몰 입구의 모습으로, 일본 테마 거리 장식을 위해 설치됐다.

안 씨의 글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이곳에 입점한 일본풍 주점 대표가 “순식간에 저는 친일파의 후손이 됐으며 저를 비롯한 점주들은 ‘매국노’, ‘죽었으면 좋겠다’는 악플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주점 대표를 돕겠다며 “연락 달라”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하 의원은 또 “국가대표로서 큰 영향력을 가진 선수의 경솔한 발언으로 젊은 사업가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려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며 “대한체육회 및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에서 이 사안에 대해 신속히 조치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 대표는 “안산은 경솔한 주장으로 해당 주점 브랜드 대표와 가맹점주는 물론, 일본풍 음식을 파는 자영업자 그리고 오늘도 묵묵히 가게를 지키는 700만 사장님 모두를 모독했다”며 안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결국 안 씨는 전날 SNS를 통해 “공인으로서의 본분은 잊은 채 지난 16일 무심코 올린 게시물이 이렇게 큰 실망과 피해를 드리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안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이자 공인으로서의 무게감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며 “더욱 성숙한 사람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겠다”고 했다.

해당 주점 대표는 20일 SNS에 “대한양궁협회 측과 (안산) 선수님의 매니지먼트 측에서 직접 만나 사과하고 싶다고 몇 차례 연락이 왔다”며 “어떻게 답변을 드려야 할지,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드려야 할지 정답을 모른 채 또 시간이 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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