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국립대 평생교육원도 리딩방?…‘100% 급등 종목 찾기’ 강의도

신하영 기자I 2021.05.10 11:00:10

평생교육원 강의에 ‘매일 10% 수익 내는 기법’
“주식 열풍에 국립대도 편성, 피해 우려” 지적
주민·성인학습자 위한 교양·재교육 취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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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에 주식열풍이 불면서 국립대 평생교육원도 투자 강좌 개설을 통해 수강생 끌어 모으기에 나섰다.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은 평생교육법에 의해 설치된 교육기관으로 성인학습자 대상 재테크 강좌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100% 급등 종목 찾기’ 등 주식리딩방을 연상시키는 강의까지 개설되고 있어 투기수요를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남의 A국립대 평생교육원은 지난 3월 ‘증권차트 분석’이란 강좌를 개설했다. 학기 초 수강료 28만원씩을 받고 수강생들을 모집한 뒤 현재 한창 강의가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3일까지 총 16주에 걸쳐 매주 수요일 저녁에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 평생교육원은 성인학습자를 대상으로 비학위 과정을 주로 운영하기에 재테크 강좌 개설이 가능하다. 경북지역 B국립대도 ‘성공적인 주식투자’란 제목의 주식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거시경제지표 변화와 대세판단기법’ 등 주식투자에 필요한 지식 전달에 방점이 찍힌 강의가 대부분이다.

반면 A대학 평생교육원의 경우 강의계획서엔 ‘재테크 방법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강좌’란 점을 내세웠지만 매주 진행하는 강의주제는 주식리딩방을 연상시킨다. 학기 초반에는 주식 용어 정리나 차트 보는 법을 강의한 뒤 후반부에는 ‘매일 10%씩 수익 내는 기법 알기’, ‘100% 이상 급등하는 종목 선별 기법’ 등의 강의가 예정돼 있다. 이를 두고 국립대 평생교육원 수강생들도 주식리딩방과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리딩방이란 주식 초보자들을 이끌어준다(Leading)는 뜻으로 개설된 오픈채팅방을 지칭한다. 최근 검증되지 않은 투자자문이 성행하고 있어 금융당국도 개인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주식 열풍에 국립대 평생교육원까지 검증되지 않은 강좌를 개설하고 있어 수강생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대학 평생교육원은 주로 외부 강사로부터 강의계획서를 제출받아 강의를 개설한 뒤 수강생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A대학 평생교육원 관계자는 “그간 지역주민들로부터 주식강좌는 개설하지 않느냐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마침 주식 투자를 주제로 강의를 개설하겠다고 신청한 강사가 있어 주민 수요를 고려해 해당 강좌를 개설하게 됐다”고 했다.

대학의 평생교육원은 지역주민·성인학습자 대상의 교양수업·재교육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다. 평생교육법에 따라 대학이 부설 교육기관으로 설치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4년제 대학에 총 207개의 평생교육원이 설치돼 있으며 학습자 수는 58만9715명에 달한다. 평생교육원 수강료는 대학이 정규강좌 외로 벌어들이는 부수입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국립대조차도 주식 열풍에 편승, 평생교육원을 통한 수익 챙기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평생교육원 강좌는 주민들을 위한 교양수업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강의의 질이 떨어진다면 수강생들이 모이지 않게 되고 결국 자동 폐강된다”면서도 “사립대라면 몰라도 국립대 평생교육원은 설립 취지에 적합한 교양수업을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육부가 평생교육원 설립 취지에 따라 강좌 개설 지침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생교육원 강좌는 정규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교육부가 이를 심의해 개설 여부를 허용하지는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대학이 자체적으로 주민 수요를 반영해 프로그램을 개설하거나 폐강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평생교육원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해도 A대학의 경우 평생교육원에 대한 실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A대학 평생교육원의 ‘증권차트 분석’ 강의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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