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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과대광고, 제2의 암호화폐 될라"…구글 딥마인드 창업자의 경고

이소현 기자I 2024.04.01 10:17:09

"암호화폐 자금 AI로…과학·연구 흐리게 해"
"일부 AI 너무 과장돼"…'AI 워싱' 우려
"여전히 AI는 인류 역사상 혁신적 발명품"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챗GPT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투자가 잇따르면서 실제 이뤄지는 놀라운 과학적 진보는 가려지고, 암호화폐처럼 과대광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사진=로이터)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수십억 달러가 생성형 AI 스타트업과 제품에 쏟아지면서 암호화폐 등 분야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과대광고와 사기성 사건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사비스는 “암호화폐에 쏟아부었던 자금이 이제 AI로 흘러들어 갔는데 이는 다소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는 과학과 연구를 흐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어떤 면에서는 AI가 충분히 과장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너무 과장됐다”며 실제로 AI 기술과 무관하지만, AI를 과장되게 활용하는 이른바 ‘AI 워싱’이 이뤄지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했다.

실제 이와 관련해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지난해 12월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도 하지 말아야 하고, ‘AI 워싱’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AI 과대광고와 관련 조사를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며 쏘아 올린 공으로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AI 투자 열풍이 일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앞다퉈 생성형 AI를 개발하거나 배포해 벤처캐피탈(VC) 자금 유치에 나섰다. 시장분석업체인 CB인사이츠에 따르면 VC는 지난해 2500개의 AI 스타트업들에 총 425억달러를 투자했다.

공개 시장 투자자들도 AI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구글 모회사), 엔비디아 등 이른바 AI 관련 7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주 ‘메그니피센트7(M7)’ 투자에 뛰어들었다. AI 붐에 따른 상승세에 힘입어 글로벌 주식 시장은 5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FT는 전했다.

다만 하사비스 CEO는 AI에 대한 일부 과대광고에도 “여전히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발명품 중 하나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우리는 향후 10년 이상에 걸쳐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그 기술력의 표면만 보고 있는 셈”이라며 “우리는 어쩌면 (AI 덕분에) 새로운 과학적 발견의 황금기, 새로운 르네상스의 시작 단계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하사비스 CEO는 AI가 과학 연구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한 최고의 사례는 2021년 출신된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모델’로 꼽았다. 알파폴드는 2억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100만명 이상의 생물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목표는 항상 AI를 과학을 위한 궁극적인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딥마인드는 AI를 사용해 생물학의 다른 영역을 탐구하고 신약 개발 및 전달, 재료 과학, 수학, 기상 예측 및 핵융합 기술에 대한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딥마인드는 인간의 모든 인지 능력과 일치하는 ‘AGI(인공일반지능)’을 구현한다는 사명으로 2010년 런던에서 설립됐다. 하사비스 CEO는 “AI의 기술력이 AGI에 도달하기 전에 한두 가지 더 중요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앞으로 10년 안에 실현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일어날 가능성은 이미 50%에 달한다”고 말했다.

최근 딥마인드 연구원들은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대형 언어 모델이 생성하는 사실적 오류(환각)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 ‘SAFE’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하사비스 CEO는 “구글 검색이나 구글 스콜라 같은 사이트에서 응답을 교차 대조해 사실을 확인하고 모델의 근거를 마련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접근방식을 예전에 알파고 모델이 바둑을 마스터한 방식과 비교하며 “알파고는 네트워크가 생각하는 첫 번째 바둑의 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고 일부 계획을 세운 뒤 둔다”며 “대규모 언어모델도 응답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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