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홍콩…'아시아 허브' 자리 흔들리나

김인경 기자I 2019.06.14 10:20:42

홍콩 진출 외자기업, 투자철회나 연기 급증
"독립적 시스템 무너지면 싱가포르 이동 모색" 목소리도
16일 대규모 집회 예고…한동안 긴장 이어질듯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범죄인 인도 법안’을 둘러싸고 홍콩의 갈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외국계 기업들이 홍콩을 떠날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다. 홍콩의 사법 시스템이 점점 중국화 되면서 비즈니스 여건이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사무소를 싱가포르 등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블룸버그통신은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홍콩 진출 기업들이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로 이번 주 준비하고 있던 투자들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부동산 개발업체인 골딘 파이낸셜 홀딩스는 사회적 동요와 불안을 이유로 14억달러 규모의 부지 입찰을 포기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홍콩 총상회도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셜리 옌 홍콩총상회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이 문제가 홍콩에 대한 기업의 신뢰와 국제적 명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아시아 금융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중국과 별개인, 독립적 사법 시스템과 자본시장 친화적인 금융 시스템이 금융 허브 홍콩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번 범죄인 인도 법안을 시작으로 홍콩 내 중국의 장악력이 확대하고 사회 불안이 커지면 홍콩의 입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머디 워터스 캐피탈의 카슨 블록 대표는 “서구는 중국의 홍콩화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홍콩이 중국화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 법안이 개정되면 홍콩으로 가는 것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펄 프릿지 파트너스의 앤드류 설리반 이사도 “법안 개정이 이뤄지면 상당수의 미국인 경영자들이 비즈니스 거점을 홍콩에서 싱가포르를 포함한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이탈하기 시작하면 홍콩의 위상도 무너질 예정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홍콩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로 유지하면서도 중국 본토보다 홍콩 신용등급이 높은 것은 ‘고도의 자치권’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자치권이 무너질 경우, 홍콩의 신용등급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한편 홍콩 입법부가 12일로 예정됐던 법안 2차 심의를 연기하며 홍콩의 시위는 잠시 소강상태로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이번 주말인 16일 오후 법안 철회와 홍콩 경찰의 폭력행위 반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고돼 있어 홍콩을 둘러싼 긴장은 한동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 법안 심의가 예고되자 홍콩 시민들이 정부 청사를 둘러싸고 반대 집회에 나섰다. 홍콩 입법회가 심의 날짜를 연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전날 집회에서는 경찰과 시민들이 충돌하며 72명이 다쳤다. [AFPB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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