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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염증이 뇌로 퍼져 우울증 유발···생체영상기술로 관측

강민구 기자I 2021.02.04 09:34:54

기초과학지원연 연구팀, 우울증 유발 과정 밝혀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신체 염증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과정을 생체영상을 통해 처음 증명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우울증에 대해 새로 접근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존 임상 연구에서 염증성 질환 환자들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신체 염증이 어떻게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몰랐던 상황에서 나온 연구 결과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허송욱 박사 연구팀이 신체 염증이 뇌로 전이되어 우울증을 유발하는 과정을 실시간 생체영상기술을 통해 밝혀냈다고 4일 밝혔다.

뇌 속의 NFκB와 GR 활성 변화와 동물행동. 후반부 뇌에서 NFκB 활성이 억제되지 않아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자료=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염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반응으로 외부 자극에 따른 손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 등으로 신체 감염이 발생했을 때, NFκB라는 단백질이 염증반응을 촉진시켜 생명체를 보호한다. 이 염증반응을 통해 외부 물질이 제거되면 GR 단백질이 불필요한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GR 단백질이 염증반응을 제대로 억제하지 못할 때 다양한 염증성 질환이 유발된다.

연구팀은 NFκB와 GR 단백질의 활성 변화를 측정하고 관찰하기 위해 단백질을 각각 표적해 발광하는 고감도 측정 센서를 만들었다. 만든 센서를 살아있는 동물모델의 신체와 뇌에 주입하고, 세균독소를 몸에 투여해 염증을 유도한 후 NFκB와 GR 활성을 측정했다.

투여 후 6시간 이내에는 동물모델의 신체에서 염증반응이 촉진됨을 NFκB 센서를 통해 확인했고, 신체에 통증이 발생했음을 동물 행동실험으로 알아냈다. 뇌에서는 염증반응이나 우울증 증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10시간 이내에서도 신체의 염증반응이 억제됨을 확인했지만, 뇌 염증반응이나 우울증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10시간이 지나자 뇌의 전두엽 부분에서 NFκB가 활성화돼 신체 염증이 뇌로 전이됐다. 염증을 억제하는 GR 단백질도 뇌에서 활성화되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뇌 속의 염증반응은 중단되지 않았다. 행동실험을 통해서는 동물모델의 우울증 증상이 나타났다. 이는 GR 단백질이 염증 억제 기능을 상실해 우울증이 유발되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발광형광 실험동물 이미징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동물모델의 염증현상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영상화했다.

연구결과는 정신의학 저명 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 온라인 판에 최근 게재되었다.

김재민 전남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신체염증과 우울증의 생물학적 관계를 새로 이해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염증성 우울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허송욱 책임연구원은 “기초지원연 서울센터에 구축한 생체영상 플랫폼을 활용해 우울증과 염증연구를 비롯해 암, 면역학, 약물 연구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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