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슬라 지지자 vs 비트코인 지지자, 승자는?

고준혁 기자I 2021.05.18 11:00:15

머스크, '비트코인 안 판다'에 시총 120조 증발 뒤 70조 복구
불안한 코인러들, '일론알리미' 서비스도 등장
"테슬라 숏하겠다" 엄포도…FUCKELON 토큰도 거래
최근엔 머스크가 비트코인 가격 '통제'하는 수준

일론 머스크 진영과 비트코인 진영이 싸우는 모습을 풍자한 이미지. (출처=트위터)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트윗에 암호화폐 시장이 난리가 났습니다. 머스크는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이미 팔아치운 것 같이 뉘앙스를 풍겼다가, 반나절 만에 비트코인을 판 건 아니라고 얘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 성향이 비슷한 것으로 여겨졌던 테슬라와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서로 등을 돌렸습니다. 둘 다 상대방의 펀더멘털에 대해 비난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싸움은 어떻게 결론이 날까요.

(그래픽= 문승용 기자)


‘원흉’ 머스크의 입…‘일론알리미’까지 등장

모든 일의 발단은 머스크의 트윗입니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을 통한 차량 구매를 중단했다”며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할 것”이라고 트윗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약 6% 이상 급락했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2월 ‘테슬라는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 비트코인을 매입했으며 향후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자사 제품에 대한 결제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3개월 만에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이어 13일엔 “(도지코인) 거래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도지 개발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 작업은 잠재적으로 유망하다”고 트윗했습니다. 하루 만에 도지코인은 약 13%가 올랐습니다. 14일(현지시간)엔 가상화폐 전문매체 디크립토(Decrypt)는 ‘도지코인 개발자들이 2019년부터 일론 머스크와 일해왔다고 말했다’는 단독 보도가 나오면서 머스크 얘기에 신빙성이 더해졌습니다. 도지코인 공동 창시자 중 한 명인 잭슨 팔머는 “머스크는 자기에만 관심이 있는 사기꾼”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에서 도지코인으로 갈아탔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대망의 16일. 머스크는 ‘급발진’합니다. 피터 맥코맥이란 암호화폐 관련해 유명한 트위터 사용자가 “완벽한 트롤은 자신이 하는 행동이 트롤 짓인지 모르고 할 때”라며 머스크를 비난하자 머스크는 “이런 불쾌한 트윗은 내가 도지에 참여하고 싶게 만든다”고 댓글을 답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은 실제로 고도로 중앙화돼 있으며 거대 채굴기업들이 이를 지배하고 있다. 신장(Xinjiang)의 한 탄광이 홍수로 침수돼 광부들이 거의 목숨을 잃었고 이때 비트코인 해시율은 35%나 떨어졌다. 이게 분권화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어 “이봐 가상자산 ‘전문가들’, 페이팔이라고 들어봤나?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내가 너희들보다 잘 알거야”하며 쐐기를 박습니다. 머스크는 피터 필과 함께 지난 2000년대 페이팔을 만들었습니다.

‘열 받은’ 머스크는 시장을 실제로 움직여버립니다. 미스터 웨일이란 트위터 사용자가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비트코인 보유분 나머지를 처분했다는 걸 알게 되면 자책할 것”이란 트윗에 머스크는 “사실(Indeed)”이라고 짧게 답니다. 반나절 뒤 “추측을 없애기 위해서, 테슬라는 어떤 비트코인도 팔지 않았다”고 트윗을 올렸습니다.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20조원(바이낸스 기준) 증발했다가 70조원 가량 되찾았습니다.

머스크가 암호화폐 종목을 언급한 트윗이 뜨면 실시간으로 알림이 오는 ‘일론알리미’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머스크 리스크’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대목인듯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한 트윗 문장에 암호화폐 종목이 포함돼 있으면 알림을 보내주는 서비스. (출처=일론알리미)


◇ 양 진영 모두 서로 ‘펀더멘털이 문제’라며 비난


머스크를 옹호하는 테슬라 지지자들과 머스크로 인해 피해를 본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격렬히 대치 중입니다.

댓 마티니 가이라는 트위터 사용자는 머스크에 “(비트코인을) 다 팔고 꺼져라. 나는 너에 대한 모든 존경을 다 잃었다. 네가 금융을 너의 장난감처럼 다루고 애들 다루듯 하기 때문”이라고 맹비난했습니다. 클라우디오라는 사용자는 테슬라의 1분기 수익의 상당 부분이 비트코인 투자에서 나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는 비트코인을 팔 수밖에 없다”고 조롱했습니다. 대표적인 테슬라 옹호자인 개리 블랙 전 에이곤 에셋매니지먼트 전 CEO는 “비트코인 2조달러어치를 팔면 중국이나 유럽에 테슬라 공장을 지을 수 있어서 윈윈이다”라고 방어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를 ‘카렌’으로 조롱한 이미지. 카렌은 툭하면 매니저를 오라고 소란을 피우는 미국의 중년 여성을 비꼬는 밈(meme·인터넷상에서 전파되는 유행 문화)이다. (출처=레딧)
원색적 비난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논거는 서로의 펀더멘털에 관한 얘기입니다. 비트코인과 테슬라 모두 시장가격이 부풀려져 있다는 것인데요. JPR007이란 사용자는 “비트코인 가격은 완전히 감정에 기반하고, 현실과는 관계가 없으며, 테슬라와도 관계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개리 블랙도 이 트윗에 “테슬라와 비트코인이 50% 하락한다면, 비트코인은 밸류에이션이 없어 더 떨어질 거겠지만, 테슬라가 300달러라면 현 600달러대와 같은 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달려들어 구매할 것”이라고 보탰습니다.

그 밑에는 코인러들이 사실이 아니라며 득달같이 달려들었습니다. “비트코인은 공급 및 희소성과 연관있으며, 가치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단 것과 연관 있다”, “테슬라는 지금도 올해 들어 거의 50% 가까이 떨어졌는데 아무도 달려들어서 사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댓글이 달립니다. JPR007은 “매우 좋은 말이다. (테슬라가) 50%가 아니라 35.4% 떨어졌다는 사실이 틀렸다는 걸 제외하곤”이라고 재반론했습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과격주의자)들은 테슬라를 숏셀링(공매도)할 거란 엄포도 놓습니다. ‘FUCKELON’이라는 이름의 코인도 등장했습니다.

이 싸움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지난 2월 머스크가 테슬라 제품을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겠다고 했을 때처럼 비트코인과 테슬라 투자자는 다시 서로 한 진영이 될 수 있을까요. 현재까지는 비트코인 진영이 다소 불리해 보입니다.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이 널뛰듯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팔지 않았다는 트윗을 올린 뒤부터 비트코인 가격인 반등한 모습. (출처=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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