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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과거시험용 답안지 ‘시지’ 제조기술 밝혀졌다

박진환 기자I 2021.11.16 10:45:50

국립산림과학원·경상대 등과 공동연구로 시지 제조법 규명
전통한지比 훨씬 크고 2인1조 방식 제작…시지 제작에 착수

현재 보관 중인 시지 유물 사진=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조선시대 과거시험용 답안지로 사용됐던 ‘시지(試紙)’의 제조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제조법이 후대에 전해지지 않아 명맥이 끊긴 전통 한지 ‘시지(試紙)’의 제조기술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시지는 ‘명지(名紙)’라고도 불리며, 답안이 작성된 것은 ‘시권’이다. 문헌에 따르면 조선 시대에 만들어졌던 한지 종류 중 최고급에 속한다고 한다. 조선시대(518년)에는 총 2068회, 연평균 4차례의 과거가 치러졌다. 1840년대 이후 1회 평균 과거 응시자 수는 13만~15만명이었고, 1879년 21만 3500명으로 최다 응시자를 기록하는 등 조선시대 시지의 소비량은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당시에는 시험지를 응시자가 직접 준비해야 했는데, 사람들은 더 좋은 시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러나 과거제 폐지와 함께 개화 이후 한지 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지는 점차 사라져갔으며, 제조법에 대한 명확한 기록도 남지 않게 됐다.

이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경상대 인테리어재료공학과,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조현진한지연구소 등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실물 시권 유물 33점과 한국학자료센터의 디지털화 시권 유물 267건에 대한 특성을 분석해 시지의 제조법을 밝히는데 성공했다. 모양은 가로형과 세로형 2가지가 있으며, 가로형은 세로형을 2장 또는 그 이상 이어붙여 제작됐다. 세로형의 평균 크기는 가로 81㎝, 세로 124㎝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일반적인 전통한지 크기(세로 63㎝, 가로 93㎝)보다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됐다. 시지는 크기로 인해 2인 1조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사라진 방법으로 일제강점기의 사진 몇 장을 통해 조선 시대로부터 내려온 2인 1조 방식의 한지 제조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지의 또 다른 특징은 4∼12겹 이상으로 제작, 매우 두껍고 밀도가 높으며,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전분이 아닌 아밀로오스 성분도 혼합된 전분을 처리한 후 다듬이질과 같은 가공처리를 통해 표면을 매끄럽게해 먹 번짐 방지 효과를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이번에 조사된 결과를 바탕으로 1960년대 세검정의 한지공방에서 2인 1조식 한지 제조법을 익힌 국가무형문화재 신현세 한지장에게 의뢰해 전통방식에 준한 공정을 통해 시지 제작에 착수했다. 현재 한지 뜨는 공정까지 마무리가 됐으며, 전분처리에 대한 연구 중이다. 손영모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장은 “시지 제조기술 규명은 우수한 한지 문화 발굴과 한지 분야 저변 확대에 큰 의의가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고급 한지 제조기술을 응용한다면 부가가치 높은 현대적인 새로운 용도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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