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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의 IT세상읽기]30% 저렴한 '5G 온라인 요금제' 막지 말아야

김현아 기자I 2020.12.13 16:28:22

①지원금 대신 30% 싼 온라인 요금제(자급제 활성화)
②알뜰폰 살리자고 통신3사 요금인하 막을 순 없어
(요금제 신고와 별개로 도매 정책으로 풀어야)
③규제권 대폭 내려놓아야..유보신고제와 단통법 폐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결국 1000명 선을 넘어서면서 ‘거리두기 3단계’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3단계가 되면 ‘전국적 집합금지’가 이뤄져 장례식장 등 필수시설을 제외한 거의 모든 관리시설 이용이 중단되고, 스포츠 경기가 중단되며, 전면 원격수업과 필수인원을 제외한 재택근무가 의무화돼죠.

이런 가운데, 통신비를 확 낮출 수 있는 ‘온라인 (가입)전용 요금제’가 준비되고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못하는데 단말기 구매도 통신서비스 가입도 온라인으로 하면 현재의 통신 요금보다 최대 30% 정도 저렴하게 쓸 수 있는 것이죠. 이 요금제를 준비 중인 곳은 SK텔레콤입니다.

하지만 점유율 1등 회사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려 하니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국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입장이 다르고, SK텔레콤과 알뜰폰 업계 입장이 다르죠. 준비한 대로 요금제를 내야 한다는 쪽(국회와 SK텔레콤)과 알뜰폰 붕괴를 걱정하는 쪽(정부와 알뜰폰 업계)으로 온도 차가 납니다.

저는 전자를 지지합니다. 정부는 SK텔레콤이 해당 요금제를 신고하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상의 반려 기준에 해당되는지만 살펴 허용해야 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SKT 5G 요금제의 성격과 요금인하 효과 ②알뜰폰 붕괴 논리의 진실 ③바뀐 법·제도상의 정부 권한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SK텔레콤 로고


①지원금 대신 30% 싼 온라인 요금제(자급제 활성화)


SKT가 과기정통부와 협의한 온라인 요금제 초안은 △월 3만8000원에 데이터 9GB, 월 5만3000원에 데이터150GB를 주는 ‘5G 온라인 전용 요금제’와 △월 2만2000원에 데이터 1.8GB를 주는 ‘LTE 온라인 전용 요금제’ 등으로 전해집니다.

지금까지는 5G에서 데이터 9GB를 쓰려면 월 5만5000원, 데이터 200GB를 쓰려면 월 7만5000원을 내야 했는데, 데이터 제공량은 비슷하고 요금이 각각 30%씩 내려가는 것이죠.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온라인 요금제는 단말기 지원금이 없고 선택약정할인(25% 요금할인)도 없기 때문입니다.

즉, 유통망에 주던 마케팅 비용을 줄여 소비자들에게 직접 주는 구조이지요. 그래서 선택약정할인을 빼면 5% 싸진 것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별 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아이폰12를 자급제로 사서(살 때 제조사 지원금을 받고) 유심으로 온라인 요금제(30% 싼 요금제)에 가입하면 양쪽에서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로나 정국으로 매장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라인 요금제는 가계 통신비를 줄이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카카오 톡보드에서 광고하는 대리점 광고


②알뜰폰 살리자고 통신3사 요금인하 막을 순 없어


하지만 해당 요금제에 대한 기사가 나가자, 알뜰폰협회 등이 크게 우려했습니다. 온라인 가입이라지만 망을 가진 통신사(MNO)가 30%나 요금을 내리면 알뜰폰이 망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이런 하소연도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있다고 해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보호하기 위해 통신3사는 국민들에게 요금을 높여 받으라는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알뜰폰 시장의 절반 이상은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자회사), SK텔링크(SK텔레콤 자회사), KT엠모바일(KT 자회사)등이 차지하고 있죠. 물론 중소 독립계 알뜰폰 회사들이 SKT 온라인 요금제와 경쟁하는게 불가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요금제 수준을 높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이용자 이익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동안 통신요금 인하의 ‘메기’ 역할을 해왔던 알뜰폰이란 업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도 있는 만큼, 알뜰폰 활성화를 위한 정책(도매 규제)은 별개로 고민하고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요금제를 막는 게 아니고요.

▲과기정통부 로고


③규제권 대폭 내려놓아야..유보신고제와 단통법 폐기


30% 저렴한 SKT 온라인 요금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정식으로 신고된 것은 아닙니다. 이르면 다음 주 신고가 이뤄지고 반려 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 정부가 허용해야 합니다.

이는 사업자가 신고하고 정부는 반려기준에 해당될 때만 반려하는 ‘유보신고제’의 첫번째 사례입니다. 지난 10일 시행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정부가 요금제를 반려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유사 요금제 대비 비용 부담이 부당하게 높은 경우나 △도매대가 보다 낮은 요금을 통해 경쟁사를 배제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만 할 수 있어 해당 요금제는 시행령상의 반려 기준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기존 요금제보다 싸고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받는 도매 대가보다는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과기정통부는 사전 협의에서 ‘도매대가 개선’이라는 정책적 조건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유보신고제 취지에 맞지 않죠.

알뜰폰이 죽을까 염려하는 공무원 마음은 이해되지만, 유보신고제에서 허용된 행정 행위의 범위를 벗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칫 SKT가 마음을 바꿔 정부 탓을 하면서 요금 인하 수준을 초안보다 좁힐까 걱정되는 면도 있습니다.

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소매요금 규제는 풀고 도매 규제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말기 시장에서도 단통법을 폐기해 휴대폰 유통 가격 경쟁에 불을 지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경쟁 활성화만이 통신이든 단말기든 요금을 낮추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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