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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②어윤대 "보험·자산운용 강화할 터"

이준기 기자I 2010.08.23 12:44:21

"계열사 경쟁력 강화 M&A 서두르지 않을 것"
"IT통합 법인 설립 검토..KB증권-선물 합병"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인터뷰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계열사 확대 주주가치 훼손 부작용 있었다..IT통합 법인 검토"

- 주력계열사인 국민은행의 비중이 너무 크다
▲지주사가 생긴 지 얼마 안 된 탓이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KB금융이 계열사를 빨리 취득한 것이 오히려 국민은행의 위상을 떨어트렸다. 새 자산을 취득할 때 그 자산은 기존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계열사를 만들기 위해 증권사와 생명보험사를 높은 가격에 인수해 기존의 주주가치를 떨어트린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비록 은행의 비중이 90%이상이지만 주가를 떨어트리면서, 즉 주주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계열사의 비중을 높이고 싶지는 않다.

- 그렇다면 계열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M&A에 관심이 없나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있다. 다만 섣불리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계열사 비중을 늘리는 차원에서 2가지 여건이 충족되면 가능하다. 하나는 정말 싼 매물이 나왔을 경우다. 다른 하나는 KB의 주가가 올랐을 경우다. 2가지 경우 중 경영진이 할 수 있는 것은 주가를 올리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 비용절감 등 경영효율화 작업을 통해 CIR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계열사는 자체 경쟁력을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얼마나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은행의 경쟁력과 연계시키면 안된다.

- KB투자증권과 KB선물의 합병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당장은 아니지만 1~2년 후에 할 것이다. 따로 둬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하지만 KB투자증권이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당장 또 다른 혼돈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캐피털사 설립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설립한다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지만 큰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 만큼 아직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 각 계열사 IT부문을 떼어내 계열사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들었다
▲국민은행은 IT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으며 세계 최고의 IT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IT쪽을 독립시키는 게 맞지만 은행내 IT전문가들이 계열사로 나가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을 갖고 있다. 지금 IT그룹 부행장은 (분리를 하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어렵긴 하겠지만 이것은 누가 봐도 정답이다. 관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리스크를 줄이도록 추진할 것이다. 조직이 변화하면서 서로 불이익이 있어선 안되며, 이 것이 소위 말하는 매니지먼트 체인지, 즉 변화관리의 핵심이다.

"계열사 시너지 높이는 범위의 경제 달성이 지주사의 역할"

- 계열사중 우선적으로 강화할 부문은 어디인가
▲ 보험과 자산운용이다. 보험의 경우 방카슈랑스에서 1위지만 그 마진이 적어 이익기여도가 낮다. 결국 다른 형태로 가야하는데, 보험상품은 은행 정기예금 보다 이율이 높다. 특히 국민은행 신용(신뢰도)을 이용하기 때문에 잘 될 수 밖에 없다. KB자산운용은 지난 3년간 누적이익으로 25개 운용사중 1위를 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단순 예금은 죽는 사업이고 투신운용과 생명보험은 뜨는 상품이 될 것이다. 예금 상품만 갖고는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없다. 이렇게 다른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키워나가는 범위의 경제를 넓히는 것이 바로 지주사의 역할이다.

- 복합상품, 복합점포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뱅크인뱅크(bank in bank) 형식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1200여개에 달하는 영업망을 이용하면 좋은 비즈니스가 될 것이다. 보험은 계속적으로 추진하고 증권쪽도 하겠다. 문제는 한누리투자증권을 인수했을 당시 국민은행의 리테일(소매금융)과 한누리의 홀세일(도매금융)이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봤는데 쉽지 않은 거 같더라. 새로운 지점을 내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데 2~3년 걸린다. 전략적으로 리테일로 가고 싶은데 증권사 임원들의 반대가 심하다. 지난 16일에 출시한 `KB Wise플랜 적금&펀드`는 출시 4일만에 10만좌를 돌파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은 것이다. 전형적으로 눈에 안보이지만 간접형태의 뱅크인뱅크로 보면 된다.

- 카자흐스탄 뱅크센터크레딧(BCC)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많다
▲주식을 살까 고민하다 6개월이 흘러 `저 주식 샀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똑 같다. 살 당시에는 우리나라에서 원자재 확보란 이유도 있었을 터이고 전략적으로 은행 간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곳에 진입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투자손실을 보는 등)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때 상황이 어땠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 붐이 일고 있다. 특별한 계획은
▲국민은행 만큼 서민금융을 많이 한 은행이 어디 있나. 국민은행이 커온 과정 자체가 서민금융 아닌가.(웃음) 다른 은행들보다 더 많은 서민금융 정책을 생각하고 있지만 현금흐름(cash flow)상으로 어려움이 있어 고민 중이다. 청년 실업 문제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다. 한달 후 중소기업과 대학생들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잡뱅크(job bank)`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에 대학 졸업생이 안오고 학생들은 직업이 없다고 하는데 이런 미스매치를 홍보를 통해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앞으로 KB보다 `국민`이라는 브랜드를 살리려고 한다. 달력을 찍는다든지, 광고를 할 때 `국민` 브랜드를 더 많이 사용할 것이다.

"내 과거 보고 KB 미래 유추해 달라..경제환경 당분간 불확실"

- 3년 후의 KB는 어떤 모습일 것으로 보나
▲내 과거를 보고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국제금융센터와 국가브랜드위원회를 만들었다. 고려대도 세계적인 명문으로 키웠다. 이런 과거를 보면서 유추해 달라. 물론 은행 조직이 더 크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브랜드위원회보다는 쉽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 통합사옥 추진 의지가 강한데
▲꼭 필요하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KB가 이제 제대로 하고 있구나`라고 평가할 때 신사옥 이야기가 나오는 게 옳다. 하드웨어도 중요하다. 그런데 `은행이 제일 높은 빌딩 지으면 망할 때`라는 이야기가 있더라.(웃음)

- 하반기 국내외 경제 상황은 어떻게 보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제에 달려있다. 국내는 상대적으로 괜찮겠지만 누구도 예측을 못할 것이다. 미국 경제가 살아난 것은 지원정책 등의 약발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 약발도 끝났다. 자생능력도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며, 이에 따라 불확실성도 당분간 유지될 것이다.

◇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어윤대 회장은 금융권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금융의 전문가`로 불린다. 경남 진해 출신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에서 국제금융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국제경영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한국경영학회장, 국제금융센터 초대소장, 공적자금 관리위원, FTA국내대책본부 공동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탁월한 국제 감각으로 외국계 인맥이 탄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03년 2월 고려대 총장 취임 후 재계 등에서 3500억원이 넘는 발전기금을 모아 대학가에 발전기금 모집 선풍을 일으켰다. 특히 보수적인 대학사회를 변화시킨 `개혁의 전도사`란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성과주의 대학 경영은 학내외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1월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취임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했다. 지난 7월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치열한 접전 끝에 KB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한 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KB금융의 변화·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 어윤대 KB지주회장 내정자 약력
▲경남 진해(45년생) ▲경기고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금융센터 소장 ▲고려대 15대 총장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정보통신부 미래전략위원회 공동위원장 ▲공적자금 관리위원 ▲FTA국내대책본부 공동위원장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KB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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