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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보다 2배 더” 쿠팡 3조 투자 ‘맞불’…이커머스 ‘쩐의 전쟁’(종합)

김정유 기자I 2024.03.27 10:21:35

2026년까지 ‘물류인프라’에 3조 투자
인구감소지역도 커버, ‘전국 로켓배송’ 목표
알리 1.5조 투자에 선제적 대응 의미
ESG 요소도 적극 부각, 국내 이커머스 시장 2파전 예고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2024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3년간 1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내놓자 국내 이커머스 절대강자인 쿠팡이 보란 듯이 같은 기간에 이보다 2배 많은 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알리의 국내 공습에 쿠팡이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지방 지역으로 로켓배송 중인 쿠팡 트럭. (사진=쿠팡)
쿠팡, 3년간 3조 투자…“전국을 모두 쿠세권으로”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투자한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전국 인구 100% 무료 로켓배송’을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물류인프라 확충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과거에도 쿠팡은 전국 물류인프라 확장에 지속적으로 나서왔다. 이번 발표는 기존 계획에 신규 FC 투자 등을 추가한 것으로 △경북 김천 △충북 제천 △부산 △경기도 이천 △충남 천안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FC 착공과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주와 대전은 올해 물류시설 투자를 마무리하고 운영을 시작했고 부산과 이천 FC는 2분기 착공 예정이다. 김천 FC는 3분기, 충북 제천 FC는 4분기에 각각 착공한다. 울산은 기존에 쿠팡이 발표하지 않았던 곳으로 이번에 확장한 신규 투자 지역이다.

쿠팡은 이번 투자로 현재 182곳 시·군·구(전체 시·군·구의 70%)서 진행 중인 로켓배송 지역을 2027년까지 230여개 시·군·구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구수로 따지면 50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쿠팡의 무료 로켓배송 확대계획 지역 대부분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전체 89곳)들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2027년에는 인구 감소 지역 60여곳 이상에 무료 로켓배송을 실시하게 된다. 경북 봉화, 전남 고흥·보성 등 고령화(65세 이상) 비중이 40%가 넘는 지역들이 대표적이다.

또 신규 FC와 배송망 확대 등을 통한 고용도 크게 늘면서 서울·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층이 다시 지방으로 유입되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강형구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소위 쿠팡의 ‘쿠세권’ 확대는 소비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신규 고용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지방 식료품 사막의 무료 로켓배송 활성화는 고령화와 저출산 직격탄을 맞은 지역의 거주 매력도를 높여 지역균형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쿠팡)
알리 투자계획 나오자마자 쿠팡 “2배 더” 왜?

쿠팡의 이번 3조원 투자 발표는 최근 알리의 행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알리의 모기업인 알리바바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향후 3년간 11억 달러(한화 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연내 국내에 18만㎡ 규모의 풀필먼트센터 구축에 2억 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국내에 물류센터를 구축해 그간 약점으로 꼽혔던 배송시간을 크게 줄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8만㎡라는 크기 자체도 압도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3조원 투자 카드는 알리의 공습을 전면에서 막아내고 이보다 더 압도적인 투자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만의 상징성을 부각시킨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실제 이번 발표 면면을 보면 완전히 새로운 투자라기보다는 이전부터 준비해왔던 노력에 일부 신규 투자를 추가하는 식이다. 제천, 부산, 이천 등은 이미 예전부터 신규 FC 설립을 진행해왔던 곳들이다. 또 알리의 투자계획규모보다 2배나 많은 투자액수를 설정한 것도 상징적인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 급속도 퍼지고 있는 알리에 대한 공포에 쿠팡이 선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흑자전환으로 사업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에서 조 단위 투자와 함께 인구감소지역에 대응하는 등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적인 요소를 결합해 알리와 차별화를 부각하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이번 3조원 투자는 전부 물류인프라 확충에 들어간다. 알리의 풀필먼트센터 구축(2600억원)으로만 비교하면 더 큰 차이가 난다.

다만 투자규모와 별도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영향력이 막강한 양사의 투자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쿠팡·알리 2파전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쿠팡과 알리의 대규모 투자는 긍정적·부정적 여파가 함께 있다”며 “결국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알리의 2파전 양상이 굳건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경쟁 심화가 시장 파이를 더 키우면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생태계 측면에서 본다면 11번가 등 현재 어려운 업체들은 더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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