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오염 토양에서 95% 이상 세슘 없애는 기술 개발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거나 해체한 원자력시설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 토양을 경제적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김일국 해체기술연구부 박사 연구팀이 세슘과 강하게 결합된 점토를 자성을 이용해 분리하고, 분리 후 남은 오염토양에서 잔여 세슘을 효과적으로 떼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진이 만든 플러스 전하의 자성나노물질과 자성 흡착제.(왼쪽부터 윤인호 책임연구원, 김일국 선임연구원, 김준현 박사과정 학생).(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 세슘은 물리·화학적 특성 때문에 오염토양 중 점토에 강하게 흡착하기 때문에 토양 중 10~30%를 차지하는 점토를 먼저 분리해야 한다.

연구팀은 표면이 마이너스 전하를 띠는 점토의 특성을 이용했다. 플러스 전하를 띤 자성나노입자를 제조해 정전기적 인력으로 토양 내 점토 입자와의 선택적 결합을 유도했다. 자성이 생긴 점토 입자는 외부 자석을 통해 추가 에너지 없이 쉽게 분리할 수 있었다. 자기력만을 이용해 분리하고, 분리에 이용하는 용액은 다시 쓸 수 있기 때문에 폐액 처리도 필요 없다.

점토 분리 후 잔류 오염토양은 국내의 엄격한 기준을 만족하려면 추가 제염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남은 토양을 페로시아나이드(세슘 제거용 입자)가 결합된 자성 흡착제로 세척했다. 세척 실험 결과 세슘이 약 95% 이상 제거됐다.

연구팀은 개발한 토양정화 기술을 앞으로 방사성 오염 토양 뿐 아니라 중금속, 유류 등 일반 환경오염 토양에도 쓸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일국 박사는 “토양정화 방법은 저에너지 자성분리 기술을 접목해 상용화에 유리하기 때문에 원자력시설 해체 시 발생할 많은 방사성 오염토양을 처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케미칼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온라인판에 지난달 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