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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보험료보다 2배 더 받는 국민연금…'24년째 9%' 보험료율부터 손봐야

이명철 기자I 2022.09.18 20:00:1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오건호 내만복 정책위원장
수급 개시 연령 늦추려면 노인 경제 참여대책 동반해야
기초연금 올리고 최저소득 보장…궁극적 연금 통합 지향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정리=이명철 기자]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수익비(본인이 낸 보험료 대비 받을 연금액)가 두 배를 웃돈다. 나중에 받을 급여에 비해 보험료를 절반도 내지 않는다는 의미로, 언젠가는 기금 고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 어느 공적연금도 국민연금만큼 수지불균형이 크진 않다. 서구의 다른 나라들처럼 이제 우리도 보장성보다는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연금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해관계 복잡한 구조개혁보단 ‘모수개혁’ 집중해야


연금개혁은 크게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으로 나뉜다. ‘구조개혁’은 연금제도의 틀을 바꾸고 제도의 기능과 역할을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별정우체국연금 등 4대 직역연금의 통합이다. 하지만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개혁’은 작업이 더딜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윤석열정부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모수개혁’을 통해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도모하는 데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모수개혁’은 기존 연금제도의 틀을 유지하면서 재정 안정화를 위한 세부방안을 활용해 제도를 손질하는 방법이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거나,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등 관련 수치를 변경하는 방식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보험료를 더 내는 방식의 모수개혁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 현재 40%인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을 손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 소득대체율 하향은 여러 가입자 단체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 만 65세로 높인 만큼 지금 바로 상향할 필요는 없다.

반면 보험료율 인상은 공감대가 형성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에서도 언급해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일부 가입자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자녀·손주 등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도 끌어낼 수 있다.

24년째 9%에 묶인 보험료율…1단계로 12%까지 상향

보험료율은 국민연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해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랐지만, 이후 번번이 인상이 물거품 되면서 1998년부터 24년 동안 9%에 묶여 있다. 독일(18.6%), 일본(18.3%), 스웨덴(17.8%) 등 에 비해 무척 낮다. 보험료율 인상폭은 1단계로 3%포인트가 적당하다.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소득액(월 268만원) 기준으로 보험료가 월 24만대에서 32만원대로 8만원 가량 오르는 수준이다. 이 이상으로 올린다면 부담이 커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보험료율 인상시점에 따라 달라지지만, 3%포인트만 올려도 기금 고갈 시점은 기존 2055년에서 2063년까지 최대 8년 가량 늦출 수 있다.

중장기로는 보험료율을 15% 정도까진 올릴 여력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연금 수급자가 많아져 긍정적 평가가 늘어나고 재정 상태에 대한 책임 의식이 커진다면 2단계로 추가 보험료 인상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보험료율 인상 논의에서 가장 힘겨운 집단은 도시지역 가입자다. 현재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는 노사가 절반씩, 농어민은 대략 국가가 절반을 납부한다. 유일하게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도시지역 가입자에게도 정부가 농어민에 준해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

국민연금 재정 지출을 줄이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연금액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재정 안정화 효과가 생겨난다. 만 60세였던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2013년부터 5년에 1세씩 늦춰져 2033년이 되면 만 65세로 도달한다. 65세 이상 노인의 기대여명은 국민연금이 도입됐던 1988년에는 14.5년이었지만 △2020년 21.5년 △2060년 25.2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수명 연장은 지급 기간 연장을 의미해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

다만 수급 시기를 늦출 경우 노후 소득에 공백이 생길 수 있으니 사각지대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 60대 후반 나이에도 일할 의지와 건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은퇴 이후에도 지역사회 일자리에 참여해 일정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하면서 수급 개시 연령을 차츰 높여가는 방향이어야 한다.

기초·퇴직연금과 통합…저소득층, 중위소득의 40% 보장해야

그렇다고 ‘모수개혁’만 생각해선 안 된다. 보장성 확보를 위한 ‘구조개혁’ 모델로 노후 소득 격차를 줄이면서 적정 급여를 보장하고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도 추구할 수 있는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를 제안한다. 간혹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지금의 수지불균형을 직시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층연금체계는 노후 소득 보장의 시야를 확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정연금은 국민연금 1개였지만, 2005년 퇴직연금, 2008년 기초연금 도입으로 이제는 국민·기초·퇴직연금으로 구성됐다. 세 연금이 지닌 계층적 특성을 주목해야 한다. 주로 △기초연금은 중간계층 이하 △국민연금은 중하위계층 이상 △퇴직연금은 상시고용 노동자에게 지급되고 있다. 세 연금을 적절히 조합하는 ‘계층별 다층연금체계’를 구축하면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노후 소득 보장제도를 짤 수 있다.

하위계층의 경우 국민연금 수급액이 적고 퇴직연금도 받기 힘들기 때문에 기초연금 인상이 필요하다. 현 정부 공약대로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하고, 이후 소득이 적을수록 기초연금액을 두텁게 하는 최저보장소득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보험료가 쌓여야 연금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가입을 촉진하고 은퇴 후 수령도 일시금 대신 연금방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계층별 수급액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중위소득 이상인 경우에는 일정한 노후 자산도 있을테니 실질 소득대체율로 은퇴 직전 소득의 30% 이상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소득층은 중위소득의 40% 정도를 보장하면 좋다. 금액으로 치면 기초연금을 포함해 80만원 정도가 될 것이다. 다층연금체계는 궁극적으로 연금 통합을 지향한다. 각기 다른 과제의 복수 연금 존재는 개혁의 목표점을 흐트러지게 해 개혁 동력이 힘을 받지 못한다. 다층연금체계가 안착하면 공무원연금을 흡수하는 것도 힘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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