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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주택시장 경종 울린 '대우건설 440억 손절'

김아름 기자I 2023.04.02 18:46:03

부동산 침체 속 고금리까지
'혼자 손해감당 힘들어' 항변
침체기에도 주택은 공급해야
금융사·시행사·조합·시공사
이번 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그래서 지금 제일 나쁜 놈이 누굽니까.”

올해 초 대우건설이 울산 동구 주상복합 개발사업을 포기했을 때 금융업계에서는 브리지론(제2금융권 차입금) 대출에 고의 부도를 내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440억원이나 들였는데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그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기도 했다.

통상 금융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문제가 되는 데 이번 대우건설의 사업포기는 돈을 ‘갚아서’ 주목받은 사례다. 대우건설의 선택이 과감하기도 했거니와 지난 수년간 이어진 부동산 활황기엔 전혀 볼 수 없던 일이어서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에게 속사정을 물었다. 지역과 금융사, 시행사의 맹비난에 대해 억울하다고 했다. 대우건설은 브리지론 900억원 가운데 440억 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다. 해당 개발사업은 총 480가구 규모다. 워낙에 복잡한 구조다 보니 사업구조를 좀 들여다봐야 한다. 먼저 시행사가 사업 시작 전에 자체 자금 100억원을 투입했다. 시행사는 자체 자금 100억원 이외에 토지 확보 등에 필요한 돈을 증권사와 캐피털사로부터 브리지론으로 900억원을 빌렸다. 이 중 460억원은 토지를 담보로 빌렸고 440억원은 대우건설의 보증을 받아 빌렸다. 대우건설은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금융사와 금리·수수료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대우건설은 금융사가 높은 금리와 수수료를 제시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440억원을 대신 갚고 사업에서 손을 떼는 ‘눈물의 손절’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대우건설은 설명했다. 결국 모든 손해를 떠맡으며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었던 터라 사업을 접기로 했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의 내부 검토 결과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오른데다 공사비까지 치솟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가구당 수천만 원 올려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고 했다. 이 사업에 착수해 분양까지 진행한다면 예상 미수금 규모만 최소 1000억원 이상이라고 했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격하게 변했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더니 본PF를 앞둔 지난해 말엔 3%를 훌쩍 넘겼다. 대우건설은 감당해야 할 금액이 120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늘었다고 했다. 금리와 취급수수료도 각각 10%, 11%로 뛰었다. 금융비용이 480억원 수준으로 애초 예상보다 300억원 이상 증가했다.

건설업계에서는 대우건설이니까 선택한 과감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중소형 건설사였으면 손절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더 큰 위기에 몰리며 사업을 진행했을 거라는 시각이다. 대우건설의 울산 동구 주상복합 개발사업 포기는 현재 대한민국 주택 시장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주택시장 침체기에도 주택은 정상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부도와 폐업이 줄을 잇는 어려운 시기에 그 누구도 손해를 안 볼 수는 없다. 부동산으로 재미를 봤던 시기는 찾아오지 않는다. ‘집에 불이 났는데도 제비와 참새는 안락에 취해 위험을 모른다’는 연작처당의 상황을 계속 연출할 순 없지 않은가. 금융사와 시행사, 조합, 시공사 모두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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